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뿐 아니라 한국 국가정보원과도 접촉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자신을 겨냥한 암살 위협이 높아지자 신변 보장과 금전적 이익을 위해 한·미 등 각국 정보기관에 북한 내부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정남이 한·중·일 3국을 포함한 각국 정보기관과 연락을 취해왔다고 11일(이하 현지시간) 서울발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WSJ는 지난 10일자 워싱턴발 기사에서 김정남이 피살 직전까지 CIA의 정보원 역할을 해왔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남은 자신과 가족의 신변 안전과 함께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정보기관과 접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관계자들은 김정남이 북한 내부 현안과 관련한 충분한 지식이 없다는 이유로 그가 제공한 정보를 저평가했다고 한다.

WSJ는 김 위원장이 2011년 말에 집권한 직후 김정남을 겨냥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천영우 현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을 인용해 전했다. 천 이사장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부터 2013년 초까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던 인물이다.

김정남은 암살 공격에서 살아남은 뒤 이복동생인 김 위원장에게 구명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천 이사장은 밝혔다. 또 중국 정부는 자국 영토에서 김정남을 위협하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한다. 김정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인 2010년 아버지에게 김 위원장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는 보도가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김정남이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살해당한 뒤 탈북자로 이뤄진 천리마 민방위가 마카오에 머물던 김정남의 가족을 도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남 가족이 현재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김정남과 한국 정보기관 간 접촉 내용을 잘 아는 인사에 따르면 김정남은 일부 북한 내부 정보를 감추려는 듯한 행동을 했다고 한다. 김정남이 여러 가지 정보를 제시한 뒤 “이 중 하나는 거짓 정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정보당국이 추가 정보원을 찾아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김정남 자신이 정보 유출자로 특정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김정남이 제공한 정보가 가치를 지니고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전·현직 한국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김정남은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당한 이후 북한 핵심 권력층과의 모든 연계를 잃어버렸다. 또 장성택 생전에도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사업상 문제에 한정돼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김정남이 적극적으로 정보 제공을 한 건 돈벌이 목적도 큰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남에 대한 금전 지원을 모두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김정남은 중국 베이징에 내연녀는 물론 두 번째 가족도 두고 있었다고 한다. 김정남의 지인들은 그가 명품과 고급 포도주, 해외여행을 좋아하고 도벽도 있었다고 전했다. 마카오에서 김정남과 친구로 지낸 이동섭씨는 김정남이 마카오 카지노에서 자주 도박을 즐겼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생전에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인터뷰에 응한 이유도 금전 문제로 설명된다. 일본 언론은 정보 제공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관례가 있기 때문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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