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제공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답변하며 내년 총선을 언급한 강기정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의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인지를 둘러싸고 정치권 설전이 가열되고 있다.

강 수석은 지난 11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정당 해산 청구 청원에 대해 답변하면서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이다.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반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나서더니 정무수석까지 나서 야당을 궤멸시켜야 할 대상으로 언급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가 지적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9조 1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공무원이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사람(기관과 단체 포함)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반면 정청래 민주당 전 의원은 KBS1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선거법 위반이라 말하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강 수석은 4년마다 한 번씩 있는 총선에서 정당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말한 것뿐이다. 뭐가 이상한 답변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여야의 해석은 각기 다르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강 수석이 고발당하더라도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당시 정부와 각을 세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하자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서울대 교수였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대통령이 특정 정치인을 낙선시키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의회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것에 불과하다. 또 정치적 행위로서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 정무수석과 비교해서 발언 대상이 특정되고 발언 수위도 훨씬 높았지만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2014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유정복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이 인천시장에 출마하며 “대통령께서 자신에게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당시에도 유 전 장관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선관위는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면서 동시에 정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당원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발언 내용도 의례적인 수준의 의사 표현에 불과하다”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2월 총선을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에 “국민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여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발언으로 국회에서 탄핵을 당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안을 기각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자체는 인정했다. 당시 헌재는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며 “선거에서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박준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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