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도쿄 의회의사당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적 연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AP뉴시스

아베 신조 내각과 집권 자민당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연금 트라우마’에 떨고 있다. 최근 “100세 시대 노후 자금으로 2000만엔(약 2억1700만원)을 더 저축하라”는 내용의 금융청 보고서를 둘러싼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제1차 집권기였던 2007년 9월 참의원 선거에서 후생노동성의 연금기록 누락 문제로 대패해 1년만에 정권을 내줬던 아베 총리는 금융청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3일 재무성 산하 금융청이 ‘고령 사회의 자산 형성·관리’ 보고서다. 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연금 생활을 하는 고령부부(남편 65세 이상·아내 60세 이상)의 경우 연금 수입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30년 간 더 살기 위해선 약 2000만엔의 저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7년 가계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금융청 보고서는 한달 연금 19만1880엔(약 210만원)을 포함한 고령 부부의 평균 한달 수입은 20만9198엔(약 227만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들의 평균 지출은 26만3718엔(약 287만원)으로 집계됐다.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적 연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인이 노후 생활을 위해 2000만엔을 모으라는 취지다.

보고서가 공개된 후 입헌민주당 등 야권은 “연금 개혁의 실패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야당은 아베가 자민당 간사장 시절인 2004년 연금제도를 개혁하면서 공적 연금에 대해 ‘100년 안심’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던 것을 질타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렌호 부대표는 “국민은 공적 연금이 ‘100년 안심’이라는 말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에 분노한다”면서 “공적 연금의 수준이 향후 조정(삭감)될 때 부족한 부분을 개인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노후에 30년간 2000만엔의 적자가 있는 듯한 표현은 오해와 불안을 확산하는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면서 “100년 안심은 거짓말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2016년 7월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소 부총리는 재무성 산하 금융청의 연금 보고서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AP뉴시스


파문이 연일 확산되자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은 11일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청 보고서는 공식자료가 아니다. 그리고 재무성이 채택할 계획이 없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또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잠시지만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어 유감스럽다”고 사과했다. 모리야마 위원장은 또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예산위원회 개최에 대해 “(재무성이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만큼) 보고서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에 예산위원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 내각과 자민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오는 10월 소비세 인상(현행 8%→10%) 방침을 사실상 굳혔다는 보도는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12일 정부가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초안에서 10월 소비세율 10% 인상을 명기했다고 전했다. 입헌민주당 소속의 츠지모토 키요미 의원은 “10월에 (현행 8%인) 소비세를 10%로 올리면서 국민들에게 2000만엔을 더 저축하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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