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심의를 무기 연기한 가운데 고공농성을 벌이던 시민이 바닥으로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강경진압 과정에서 숨진 것은 아니지만 16일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발생한 사건이어서 시위 양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15일 밤 홍콩 도심의 쇼핑몰 외벽에서 송환법에 반대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던 한 시민이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이 시민이 고공 농성이 아니라 시위를 위한 플래카드를 건물에 걸려다 실족했다는 얘기도 나오는 등 추락 원인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운동이 일어난 뒤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따라서 사망 남성을 추모하기 위한 인파가 대거 몰리면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거나 그의 사망이 또 다른 시위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이번 홍콩 사태의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특히 홍콩 재야단체와 야당은 ‘송환법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16일 홍콩 도심에서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검은 대행진’ 시위를 벌이기로 한 상황이다.

지난 9일 ‘100만명 시위’를 주도한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법안 보류 발표에도 “법안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항의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캐리람 장관은 15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만 정부가 살인범의 인도를 요청하지 않고 있어 범죄인 인도 법안이 더는 긴급하지 않다”며 “법안 추진의 잠정 중단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안 2차 심의는 보류하고, 대중의 의견을 듣는데 시간표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법안 재추진을 시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캐리 람 장관은 그러나 법안 철회 여부에 대해 “대만 살인사건에 대해선 할 수 있는 일이 없겠지만, 법의 허점을 메우는 것은 필요하다”며 “철회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추진 보류 발표에 대해 홍콩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홍콩의 내정에 누구도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앞서 12일에는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저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서 충돌이 빚었다. 이 과정에서 7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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