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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에서 일어났던 많은 시위를 지켜봤다. 평화시위부터 격렬한 시위까지. 그때 한국 사람들이 무슨 마음이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한국에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홍콩인 진모(24)씨는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에 있는 10~20대들은 ‘택시운전사’ ‘1987’ 같은 한국 영화를 많이 본다. 그런 영화들 덕에 한국 민주화운동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 때도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은 한국의 학생운동을 많이 참고했다”며 “그때 홍콩 정부의 과잉진압으로 많은 사람이 다쳤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변한 것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진씨는 특히 한국에서 목격한 평화로운 촛불집회가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홍콩인 유학생들과 그동안 한국에서 본 촛불집회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며 “누구나 말할 수 있고 웃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주장하는 모습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느꼈다. 많이 부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진씨는 이어 “홍콩 시위도 처음에는 평화스러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홍콩 정부의 대처가 한국 정부와는 달랐다. 평화시위에 경찰들이 폭력적으로 대처해서 속상하고 화가 난다”며 “평화시위만으로는 정부가 홍콩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홍콩 상황이 더 이상 평화로운 시위를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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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하는 시민의 얼굴을 돌려 액체를 뿌리는 경찰


또 다른 홍콩 출신 유학생 임모씨(26)는 한국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언급했다. 임씨는 “홍콩에 있을 때 ‘전태일 평전’을 읽은 적이 있다. 노동 문제를 거쳐 자연스럽게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며 “나중에 영화 ‘택시운전사’ ‘변호인’ 등을 보면서 한국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쏟은 노력에 대해 알게 됐다”고 전했다.

임씨는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택시기사(송강호)가 독일 기자(토마스 크레취만)를 지키기 위해 분투했듯이 홍콩에서도 각종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 외신기자들을 지키기 위해 홍콩인들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임씨는 “정부가 하는 행동들을 언론에 알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콩시위를 취재하던 한 CBS 기자는 “최루탄에 맞아 괴로워하고 있을 때 홍콩 청년 시위대가 다가와 우산과 안전모를 씌워줬다”며 자신의 SNS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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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는 또 “이번 홍콩 시위에서 한국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등장했다는데 한국 영화를 많이 접한 홍콩인들은 이 노래가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그때의 한국인들처럼 홍콩인들이 정부와 힘겹게 싸우고 있다. 한국인들이 홍콩의 상황을 이해하고 지지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앞서 14일(이하 현지시간) 홍콩 도심 차터가든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한 어머니가 기타를 들고 무대에 나와 한국의 운동권 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눈길을 끌었다.

이 어머니는 “이 노래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다. 한국 영화 ‘변호인’ ‘택시운전사’ ‘1987’ 등을 본 홍콩인들은 이 노래에 대해 잘 알 것”이라며 “2017년 100만명의 사람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할 때 이 노래를 불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어머니는 현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우산 행진곡’으로 바꿔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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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는 홍콩인들의 100만 시위를 불러온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15일 전격 결정했지만 시민들은 “완전 철회”를 주장하며 16일에도 시위를 이어갔다.

앞서 홍콩 정부가 추진해 온 범죄인 인도 법안은 현재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등에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이 법을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의 본토 송환에 악용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김도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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