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의붓아들 사망 당일 거주하던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들을 위한 입주 기념행사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씨와 숨진 전 남편 강모(36)씨 사이에서 낳은 친아들의 성을 현 남편의 성으로 기록한 흔적도 포착됐다. 고씨의 이런 수상한 행적이 범행동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중앙일보는 고씨가 거주한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입주민 온라인커뮤니티에 2월 말 “아파트 입주 1주년을 맞아 문화행사와 흡연‧층간소음 관련 표어를 공모한다”는 공지 글이 올라왔고 여기에 고씨가 자신이 평소 사용하는 아이디로 3월 2일 0시5분 댓글을 단 것으로 기록됐다고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댓글에 고씨는 “아파트에 영‧유아, 초‧중‧고 자녀를 두신 분들이 많아 두루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각종 놀이, 체육, 실현 가능한 프로그램 참여하여)과 풍선아트, 페이스 페인팅, 특히 솜사탕 등을 이벤트식으로 넣어서 입주자분들이 참여하는 즐거운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며 “바자회도 꼭 열렸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솜사탕 이벤트에 대해 “솜사탕을 직접 만들어 주는 곳 보기 힘들더라”며 “애들이 솜사탕을 너무 좋아해서”라고 언급했다. 이 온라인 커뮤니티는 입주자들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곳으로 고씨가 사용한 아이디에는 고씨가 거주한 동과 호수가 적혀 있다.

고씨의 의붓아들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쯤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이 출동했을 때 의붓아들은 이미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으며 아이의 코 주변엔 약간의 혈흔도 발견됐다. 의붓아들이 숨지기 전날 오후 10시쯤 부부는 아이를 먼저 재운 뒤 약 1시간 동안 함께 차를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고씨는 감기가 걸렸다는 이유로 다른 방에서 잠을 잤고 현 남편과 아이는 한 침대에서 잤다.

현 남편은 지난 13일 제주지검에 “고유정이 아들을 죽인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질식사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있다”는 부검결과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사망원인을 찾지 못했다.

아울러 고씨가 현 남편의 면접교섭권이 결정되기 약 열흘 전쯤인 5월18일 제주의 한 놀이방에서 친아들과 방문했을 때 아들의 성을 전 남편인 강씨가 아닌 현 남편의 성인 H로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고씨의 이 같은 행적을 확인했지만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로 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범행동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고씨는 2017년 이혼한 뒤 아들과 전 남편 강씨의 만남을 거부해왔다. 강씨는 5월9일 법원이 면접교섭을 결정하고 나서야 겨우 아들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 고씨는 5월 10일 스마트폰으로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을 검색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이에 대해 “고씨의 이 같은 행동은 굉장히 중요한 범행동기로 볼 여지가 있다”며 “범행 동기가 바로 범행 당시의 정신상태인데, 범행 전후 피의자의 사고 흐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첫째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를 전 남편에게 뺏길 수 없다는 강한 의지이며 둘째는 고유정이 현 남편의 아들을 죽였다면 그 자리를 전 남편의 아이로 채우려 한 의도”라고 한 이 교수는 “고유정이 생각한 가족은 현 남편과 전 남편의 자식, 그리고 자신 이렇게 3인이어야 완벽한 가족공동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씨의 이 같은 행적은 아들이 친아빠의 존재를 모른 채 현 남편을 친아빠로 인식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재혼해 완벽한 가정을 꿈꾸고 있던 고씨가 전 남편과 아들의 면접교섭권이 인정되면서 현재 결혼생활에 방해가 될 것으로 여겨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제주지검은 강력사건 전담인 형사1부에 사건을 배당해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총 4명의 검사를 투입해 고씨의 범행 동기와 범행 방법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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