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의 범죄인인도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들이 구급차 통행을 위해 길을 터준 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홍콩 시민들의 성숙함을 칭찬하는 의견이 쏟아졌는데 일본 커뮤니티에서는 일본의 시민의식을 비판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홍콩이나 한국과 달리 일본 시민들이 응급차에 길을 잘 터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9년 홍콩 시위 현장(왼쪽)과 2016년 한국 촛불집회 현장(가운데)에서는 시민들이 구급차에 길을 열어주었다. 반면 2012년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는 긴급 출동하는 소방청 차량이 아무리 사이렌을 울려도 시민들이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트위터, YTN 방송, 유튜브 캡처

17일 일본 커뮤니티 5CH(5채널)에서는 홍콩 시위대가 구급차의 통행을 위해 길을 터주는 장면이 담긴 트위터 영상이 큰 관심을 끌었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시민들은 전날 오후 2시30분 이후 빅토리아공원에서 정부 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까지 행진하며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다.

행진 도중 한 시민이 정신을 잃자 구급차가 출동했고 시민들은 구급차가 지나갈 수 있게 순식간에 길을 열었다. 현장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곧바로 트위터 등에 올랐고 전 세계인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SCMP 기자인 제피 람은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 사진을 올리고 “오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 하코트 도로를 점령한 시위대가 구급차에 길을 내줬다”고 썼다.

2019년 6월 16일(현지시간) 홍콩 하코트 도로에서 긴급 출동한 구급차의 통행을 위해 시민들이 길을 열어주고 있다. 트위터 캡처

‘검은 중국’이라는 계정의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에 “대혼잡 상황에서 구급차 등장, 통과하는데 몇 분 걸릴까라고 생각했는데 20초도 되지 않아 큰 길이 생겼다”라며 놀라워했다. 댓글에는 “모세의 기적 같다”거나 “역시 중국 본토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 있구나. 홍콩 힘내라” “홍콩은 따로 독립해라”라는 응원이 이어졌다.

유튜브에 오른 관련 영상에서는 “정말 인상적입니다. 누가 이 시위대를 지휘하나요? 아무도 없습니다. 그냥 생긴 일입니다. 홍콩 시민들 참 잘했어요”라는 설명이 붙었다.

구급차를 위한 길을 열어준 영상을 보면서 한국을 떠올린 네티즌들도 있다.

2016년 11월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 현장에서 출동한 구급차가 지나갈 수 있게 시민들이 길을 터주는 모습. YTN 영상 캡처

한국은 2016년 11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를 가득 메웠을 때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한 시민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지자 구급차가 출동해 후송했는데 시민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며 일사불란하게 구급차가 나갈 길을 만들었다.

일본 네티즌들은 그러나 자국의 시민의식을 비판하고 있다. 응급차에 길을 잘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소방대원들이 탄 응급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내는데도 횡단보도를 건너던 시민들이 길을 내주지 않는 영상이 나돌아 논란이 일었다.

2012년 2월 26일 유튜브에 오른 영상을 보면 도쿄소방청 차량 2대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시부야 도심 한복판을 달린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시민들은 그러나 차량들이 아무리 사이렌을 울려도 길을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고 응급차를 힐끔힐끔 쳐다만 볼 뿐 제 갈 길을 간다.

2012년 2월 26일 일본 도쿄 시부야 도심에서 화재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려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이 아무도 길을 열어주지 않는 모습. 유튜브 캡처

소방청 차량이 방송으로 길을 열어 달라고 해도 이를 들어주는 시민들은 없다. 동영상의 설명에는 “소방차가 출동한 상황인데도 시부야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은 그 누구도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고 돼있다.

영상의 댓글에서도 “도쿄 시민의식이 좋다고 여겼는데 이 영상을 보고 산산조각났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는데도 곁눈길만 하고 아무도 멈추지 않네. 정말 심하다” “이것이 일본의 현실”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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