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문학은 한국의 문학 시장에서 가장자리에 놓인 장르다. 그 어떤 명망 높은 작가도 쉽게 다루지 못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년 전 한 20대 과학도가 내놓은 소설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관내분실’로 중단편 부문 대상을 받은 김초엽(26). 등단 이후 그는 각종 문예지에 수준급의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SF의 우아한 계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소설가 김연수는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김초엽은 18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을 소개하는 자리. 책에는 그가 그동안 발표한 단편 7편이 실려 있었다.

김초엽은 “소설을 통해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고, 개인은 변화하는 세상에 어떻게 맞서는지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 경험할 소외나 결핍의 문제를 다뤘다”며 “소설을 통해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초엽이 문단 안팎의 관심을 모은 건 이색적인 이력 덕분이기도 했다. 그는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청각 장애도 지니고 있다. 간담회에서도 그는 취재진이 질문하면 상대의 입 모양을 보고 그 내용을 가늠했다.

이른바 명문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지만 그는 학자가 아닌 전업 작가의 길을 택했다. 김초엽은 “취업을 해서 연구원으로 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글을 쓸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며 “돈을 못 벌더라도 당분간은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로서의 계획을 묻는 말엔 “현재 장편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재밌고 쉽게 읽히는 SF소설을 통해 새로운 감각,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초엽은 소설집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미래에도 누군가는 외롭고 고독하며 닿기를 갈망할 것이다. 어디서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서로를 이해하려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싶다. 앞으로 소설을 계속 써나가며 그 이해의 단편들을, 맞부딪히는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찾아보려고 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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