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에 따라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두 나라 관계 뿐아니라 한반도 정세에도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사카 정상회담이 열리면 핵심 의제는 미·중 무역전쟁 해법과 북한 비핵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 시 주석은 ‘평등한 대화’와 ‘중국 기업에 대한 공평한 대우’를 촉구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미국의 농민과 노동자, 기업을 위한 ‘평평한 운동장’”을 강조하며 벌써부터 기싸움을 시작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백악관은 이미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목표라고 못박으며 중국이 지지하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에 미리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18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에 미·중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중 정상간 통화는 올들어 처음이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오사카 G20 정상회의 기간에 다시 회담을 갖고 양자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길 기대한다”며 “미국은 미·중 경제협력을 중시하며 양측 실무협의를 통해 당면 갈등에 대한 해법을 조속히 찾기를 기대한다. 전 세계가 미·중 합의를 보고싶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 주석과 아주 좋은 전화 통화를 가졌다”며 “우리는 다음 주 G20에서 장시간 회담을 가질 것이다. 회담에 앞서 양국 실무팀이 협상을 시작할 것”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은 공정하고 호혜적인 경제 관계를 통해 미국 농민과 노동자, 기업들을 위한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여기에는 중국의 구조적인 무역장벽 문제와 집행 및 검증 가능한 개혁의 달성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미·중 정상이 역내 안보 현안들도 논의했다고 밝혀 20∼21일 시 주석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 문제도 양측 사이에 거론됐음을 시사했다.

시 주석도 전화통화에서 G20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미·중 관계의 발전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로서 양국의 오사카 정상회담은 사실상 확정됐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미·중의 오사카 정상회담 여부에 대해 입장을 공식 표명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최근 중·미 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양측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중이 협력하면 서로 이롭고, 싸우면 둘다 상처를 입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무역 문제는 쌍방이 평등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양측의 합리적인 우려를 고려하는 게 관건”이라며 “미국 측이 중국 기업을 공평하게 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중 정상이 전화통화로 1차 의견조율을 함에 따라 시 주석이 방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약속을 받아내고, 이 카드를 활용해 미·중 무역전쟁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방북을 하루 앞둔 1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기고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우리는 북한 및 해당국들과 함께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도록 추진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의사소통과 대화, 조율과 협조를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지지하며,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합리적인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방북을 앞두고 북한 매체에 기고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 주석은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국면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방북에 앞서 미리 김정은 위원장과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모종의 물밑 조율을 거쳤을수도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북한과 손잡고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함께 작성할 용의가 있다”고도 밝혀 비핵화 관련 로드맵을 만드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시 주석이 언급한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요구해온 제재 완화와 안보 우려 해소 등을 고려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미국의 FFVD 입장과 배치된다.

미국 백악관은 시 주석의 방북이 결정되자 지난 17일(현지시간) “우리의 목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더 나아가 “미국은 파트너와 동맹국들,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함께 FFVD라는 공동 목표 달성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혀 중국에 ‘대오이탈’을 하지 말라고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