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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 취업한 직장인 남모(29)씨는 최근 회사와 가까운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 전용면적 17㎡ 오피스텔을 보증금 7500만원에 전세로 구했다. 이전에 거주하던 오피스텔의 월세 보증금 1500만원이 있었지만 500만원만 전세 보증금에 보탰다. 나머지 7000만원은 대출을 받았다.
남씨가 갖고 있는 돈을 쓰지 않은 채 보증금 대부분을 대출로 충당한 데는 이유가 있다. 1%대 이자 덕이었다.

청년층과 신혼부부가 정부의 저금리 전세자금대출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월세보다 저렴한 대출이자 덕에 비용 절감 혜택을 누리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확보해 놓은 자신의 돈을 창업이나 주택 구입 자금에 활용하고 있다.

19일 남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피스텔 월세는 40만~50만원 정도 내야 하는데 이걸 1년으로 따지면 480만~600만원”이라며 “1.2% 대출이자는 만기상환이라고 해도 연 84만원이니 월로 계산하면 7만원 정도 나가는 셈이라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남씨가 받은 대출은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을 위한 ‘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다. 만 34세 이하(병역자는 만 39세), 중소·중견기업 재직자로 연소득이 3500만원 이하면 된다. 보증금은 2억원 이하여야 한다. 2년간 1.2% 고정금리로 최대 7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남씨는 자기 돈 1000만원은 다른 데 쓰기로 했다. 그는 “회사가 끝나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설 계획인데 여기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가 2017년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한 뒤 후속조치로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 상품을 내놓으면서 남씨처럼 청년과 신혼부부들은 자신의 자금을 전세 대신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중소기업취업청년 대출 외에도 주택도시기금에서 운영하는 버팀목전세자금 대출도 있다. 금리는 시중 은행이자보다 낮은 2.3~2.9%고 대출한도는 8000만원이다. 수도권은 1억2000만원까지 가능하다. 조건이 있다. 임차보증금이 2억원 이하여야 하고 전용면적이 85㎡ 이하여야 한다.

결혼 3년차인 직장인 김모(44)씨는 지난해 1월 내놓은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 상품으로 신혼집을 마련했다. 혼인 5년 이내 신혼부부에게 전세자금을 연 1.2~2.15% 금리로 빌려준다. 대출 한도는 수도권 2억원, 기타 지역은 1억6000만원까지다.
김씨는 “분양을 받으려면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동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면서 “다행히 신혼부부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로 신혼집을 구했고 모아놓은 돈으로 청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자금 대출 부담이 줄어들면서 연립·다세대주택 임대시장을 중심으로 월세에서 전세로 이동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 1~4월 아파트를 제외한 서울의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7.3%였다. 2년 전(52.4%)보다 5.1%포인트 줄어들었다. 수도권도 이 기간 47.9%에서 44.2%로 낮아졌다.

구로구 인근 중개업소 사장은 “전세자금 대출 혜택으로 보증금 마련이 쉬워진 젊은 층들이 전세 매물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원룸과 오피스텔 위주로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집주인들도 세입자의 요구에 따라 월세보다 전세를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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