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외국인 노동자는 세금을 내지 않고 우리나라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발언해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그렇다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말 세금을 안내고 있는 걸까. 국민일보가 20일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확인해본 결과, 황 대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들은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었고 금액도 해마다 증가 추세였다.

국세청이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55만8000명은 2017년 연말정산에서 근로소득세 7707억원을 신고했다. 2013년 외국인 근로자 48만명이 신고한 근로소득세 6025억원보다 29% 증가한 수치다.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수 분포해 있는 일용근로자 49만9000명은 2017년 근로소득세 700억원을 신고했다. 2013년 43만5000명이 근로소득세 144억원을 낸 것에 비해 약 5배 증가했다. 이들은 연말정산 대상이 아니어서 별도로 집계된다. 전체 외국인 근로자 중 일용근로자의 비중이 높은데도 소득세 신고액이 낮은 이유는 일용근로자들의 소득이 실제 낮고 소득세 계산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말정산 대상자와 일용직을 합쳐 2017년 105만700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근로소득세 8407억원을 신고한 것이다.

국세청이 2019년 1월 발표한 2018년 귀속 외국인 근로자 연말정산 안내 보도자료 일부 내용 캡쳐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근로소득 연말정산뿐 아니라 종합소득세 신고, 일용근로소득 원천징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세금 납부 금액도 해가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인원은 2013년 4만1000명에서 2017년 8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세금납부액도 2013년 2957억원에서 2017년 3645억원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세금을 내지 않아 나라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황 대표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잘못된 셈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과세특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고학력 연구직·기술직 등 인재 유치의 차원에서 만들어진 제도로, 수혜 대상이 많지 않다. 원어민 교사 또는 교수가 국내에 거주하는 동안(대부분 2년) 받는 강의 및 연구 관련 소득세는 면제된다. 투자기업의 연구원 등 외국인 기술자로 인정받은 노동자는 2년간 소득세 50%를 감면받는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현행법과 19% 단일세율 과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는 19% 단일세율 과세를 선택하는 게 오히려 손해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세청이 2019년 1월 발표한 2018년 귀속 외국인 근로자 연말정산 안내 보도자료 일부 내용 캡쳐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2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황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황 대표의 주장은 국내법과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을 위반하는 황당한 발언”이라며 “모든 외국인 노동자가 1년 동안 내는 전체 세금만 해도 1조원 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6조와 ILO 111호 ‘차별금지협약’은 국적과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 원장은 “법조인 출신인 황 대표가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며 “황 대표의 주장은 정교하게 계산됐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일으켜서 보수 세력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박준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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