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아 천국에서 만나”…페이스북에 전파된 ‘사랑’

사진= 구태극 목사(대구 향기로운은혜교회)의 첫째 딸 구하경양이 화상치료를 받던 중 19일 하나님 품에 안겼다.

지난 11일 미션라이프 페이스북에 소개된 구태극 목사(대구 향기로운은혜교회)의 첫째 딸 하경이가 19일 하나님 품에 안겼습니다.

사고는 지난 7일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새벽 4시 30분쯤 구 목사 가족이 거주하는 빌라 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냉장고에서 시작된 불씨는 30분 만에 사택 전체를 불태웠습니다.
구 목사가 새벽기도 준비로 나간 사이 발생한 화재로 조은미 사모와 첫째 딸 하경(17), 막내 하빈(13)이가 크게 다쳤습니다. 조 사모는 40%의 화상을 입고 화상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고, 하빈이도 화상으로 피부이식수술을 받았습니다.


하경이의 상태는 매우 위독했습니다. 불을 피해 바깥으로 빠져나오려던 하경이는 출입구가 막혀 4층에서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척추와 고관절을 크게 다쳐 11시간의 수술을 받아야 했고, 회복할 시간도 없이 바로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돼 피부이식수술도 받아야 했습니다.

장년 6명, 청년 4명이 출석하고 있는 작은 개척교회 구 목사는 가족들의 치료비를 감당할 돈이 없었습니다. 그 흔한 실손보험조차 들어놓지 못했습니다.

구 목사의 안타까운 사연은 지난 11일 미션라이프 페이스북에 소개됐습니다. 페이스북 친구들의 기도와 섬김은 감탄과 사랑 그 자체였습니다. 1800여 명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공감’을 표시했고, 이 가운데 990여 명의 친구들은 이 기사를 공유하며 함께 울었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 여호와라파 하나님의 손길이 사모님과 하경이, 하빈이와 함께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50여 명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댓글을 통해 구 목사님 가정을 위해 함께 중보했습니다. 관심은 성금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아직 학생이라 적은 금액이지만 병원비를 후원했다”는 학생부터 자신의 한 달 치 월급을 내어드리고 싶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국민일보 종교국, 기자의 메일로도 구 목사의 가정을 돕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졌습니다. 대구·경북 지역 장로님들과 먼 이국땅에서도 기도와 후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중보기도를, 미국 한인교회 성도들은 반나절 만에 수천 달러를 모아 구 목사에게 전달했습니다. 주 안에 우리는 형제요, 자매였습니다.

구 목사는 “많은 분이 기도와 물질로 도와주셔서 1차로 수납해야 하는 병원비를 부족함 없이 낼 수 있었다”면서 지난 14일 감사의 마음을 전해왔습니다. 마침 이날은 “하경이가 3차 수술을 받는 날”이라며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5일이 지난 19일 오후 8시 8분, 하경이가 하나님 품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먼저 보낸 구 목사와 조 사모의 슬픈 마음을 어떻게 위로하고 헤아릴 수 있을까요.

구 목사의 한 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하경이 가는 길, 외롭지 않아 보인다. 많은 친구들이 찾아와 온 장례식장 안과 밖을 채웠고,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위로를 전해준다. 학교 다닐때 공부는 썩 잘하진 못했지만 다양한 재능과 서글서글함으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 던 하경이, 그래서인지 어제, 오늘 수백 명의 친구들이 찾아와선 슬프고 믿기지 않아 울먹이며 곁을 떠나지 못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평온하게 (장례식장에) 찾아 오신 분들과 얘길 나누지만, 첫날 경찰서 조서 꾸미러 갔다 오셔서 아무도 없을 때 하경이의 영정사진을 보시며 20여 분을 소리 내어 우시던 목사님, 이곳에 있진 못하지만 병원서 마음 아파하시며 힘들어하실 사모님, 이 가족에게 하나님의 위로하심이 임하시길 기도한다”고 말했습니다.

군 복무 중인 하경이 오빠의 편지도 페이스북에 공개됐습니다. 다음은 편지의 전문입니다.

하경아, 너와 함께한 마지막 2주는 길었다.
하루는 24시간인데 왜 나는 24시간이 지난 지금도 눈이 떠져 있을까.
이렇게 2주를 버틴 것도 기적이래. 보통 3일 만에 다 하늘나라에 간다는데, 너와 마지막 8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끝까지 버텨주어서 준비할 시간을 주어서, 이렇게 마지막을 함께해주는 수많은 친구, 지인들이 기도해주는 가운데 가서 다행이야.

안 울려고 했는데 차가운 마지막 네 모습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 오빠가 어른이고 맏이로서 안 울고 가족들 챙겨야 하는데 오빠는 아직 어른이 덜 됐나봐.

아직도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사고가 생길 줄 몰랐어.
왜 하필 우리였을까, 그 많은 시간 중에 왜 하필 새벽이었을까 모든 게 원망스럽고 화가 난다.

오빠로서 아무것도 할 수도 알 수도 없던 나의 신분과 처지가, 이때 동안 해주지 못했던 것 모든 것들이 한 편의 장면으로 다 스쳐 지나간다.
내가 집에 있었더라면 더 나아졌을까.

한 번도 이쁘다고 해준 적 없고 못된 오빠로 용돈, 생일 선물 크게 제대로 주지 못하고 나만 챙기기에 급했던 내 동생으로 태어난 것이 너무 미안해서 눈물만 난다. 덤벙덤벙했던 너는 왜 지금에서야 내 눈에 이뻐 보일까.

너는 계속 못생겨야 하는데 지금에서야 사진 속의 너는 너무 이뻐 보인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는 그때 왜 재빨리 나오지 않았냐며 화도 나고 원망하기도 했지만, 너도 사정이 있었겠지.

타버린 집에 저녁에 혼자 너가 뛰어내린 그 자리 앞에 섰을 때,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결국 뜨거움에 몸이 타면서 뛰어 내렸을 때 얼마나 무서웠을까 떨어졌을 때 얼마나 외롭고 아팠을까.

네가 누워서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타버린 몸과 입술을 볼 때 오빠는 미안하고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드라마에서 가슴 치며 우는 게 약간은 이해가 되더라
그 시간에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너무 원망스러운 하루하루였어

이럴 줄 알았으면 휴가 때 가족끼리 여행이라도 많이 다닐걸, 오빠가 군대에 가고 난 2년 가까이 동생이랑 한 추억은 사진 한 장도 없다. 그저 너를 때리고 혼내고 욕했던 기억이 마지막까지 나를 너무 힘들게 괴롭힌다. 아직 성인도 안됐는데 얼마나 이쁜 날들이 남은 너에게 하늘은 왜 이런지 원망스럽다

하경아 하늘에서 천국에서 하나님 옆에서 행복하게 있어야 해.
2주 동안 버텨줘서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와 동생들 그리고 친구들과 많은 사람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서 고마워

마지막으로 말 한마디 나눠보고 싶었는데 대답이 없네. 가슴이 너무 먹먹하고 답답해 오빠가 너무 너무 미안해 이제 아프지 말고 나중에 천국에서 보자

너는 우리 집의 기쁨이었다.
처음으로 그리고 앞으로 계속 사랑해 오빠가.

하경이는 21일 오전 9시 발인 예배 후 청평추모공원에 안치됐습니다. 우리가 하경이를 떠나보내는 슬픔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것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소망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경이는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천국 잔치를 즐기며 기쁨 가운데 있을 테니까요.

구 목사 가족은 아직 치료비가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농협: 351-0127-8944-33, 예금주:향기로운은혜교회) 조 사모와 막내 하빈이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계속해서 많은 기도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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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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