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잡종강세’ ‘튀기’ 등의 단어가 포함된 발언으로 다문화가정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정헌율 익산시장을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결혼 13년 차 아이 셋을 둔 다문화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 A씨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잡종’이라 말한 익산시장에게 화가 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생활 10여년 동안 아이들을 차별받지 않고 자존심 강하게 키우려고 애쓰고 있다. 저 또한 차별받지 않으려고 행동을 조심하고 있다”며 “그런데 시장이라는 사람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 청원까지 올리는 이유는 전북단체에 전화하면 이 일이 덮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정 시장은 말로만 다문화를 위한다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보여주지 않고 우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썼다.

A씨는 “윗선으로부터 차별 언행은 더더욱 하지 않도록 바로 잡아줬으면 좋겠다”며 “낯선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저희 모습을 이쁘게 지켜봐 주신다면 좋겠다. 저희가 믿고 따를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글을 마쳤다.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25일 오후 4시 기준 1만 3000여명을 넘겼다.


앞서 정 시장은 지난달 11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2019년 다문화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운동회’에서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자녀)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 시장은 한 매체에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라며 “‘당신들은 잡종’이라고 말한 게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 가족들을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다문화가족 아이들은 머리가 좋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합심하여 잘 키워야 한다는 덕담이 와전된 것 같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 시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이주여성 관련 사회단체들은 25일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에 기반한 다문화가족 자녀 모독 발언을 한 정 시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혐오 발언이 문제임을 인정한다면 정 시장은 사과의 의미로 자진해서 사퇴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를 주도한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시장이 언급한 단어들이 언론에 회자되는 자체가 2차 혐오를 불러일으킬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또 “기자회견이 끝날 때쯤 정 시장이 이주 여성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내가 과거에는 노력하지 않았느냐’는 식이었다”며 “오히려 이런 사과가 이주 여성들의 더욱 분노케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허 대표는 “‘정 시장이 지금까지 다문화 가정이 한국인들보다 한 단계 낮다는 생각을 하고 시혜적인 관점에서 다문화 친화적인 발언을 하고 정책을 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아직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준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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