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왼쪽 네번째)가 문재인 대통령(왼쪽 다섯번째)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초청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34) 왕세자가 26일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과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하고자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는 개혁가와 암살 배후자라는 ‘두 얼굴’을 가졌다는 평을 받는다.

그간 사우디에서 금지돼왔던 여성 운전·경기장 입장을 허용하는가 하면 영화관과 외국 가수의 콘서트 등 대중문화를 활성화하기도 해 보수적인 사우디 문화에 개혁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암살 배후자’가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 왕세자 책봉을 위해 사촌형을 밀어내고 경쟁자인 다른 왕족들을 감금하거나 숙청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해 ‘피의 왕세자’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의 운전이 금지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로 운전하고 있던 여성의 모습이다. 이후 지난해 6월, 28년만에 사우디에서 여성의 운전이 허용됐다.

사우디의 파격적인 경제 개혁은 빈 살만 왕세자가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경제 다각화를 목표로 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 외에도 여성의 운전과 경기장 입장을 허용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사우디 여성들은 ‘여성이 운전할 권리’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여 체포되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신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비전 2030’에서 원자력 발전소 16기 건설 등의 각종 인프라 투자도 예정돼 있어 우리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이날 문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오찬에는 삼성, LG, SK,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도 참석한다.

한편 빈 살만 왕세자의 ‘피의 왕세자’적 면모는 그가 왕세자 자리에 앉는 과정에서 이미 수차례 드러났다. 지난해 당시 왕위 승계 서열 1순위였던 사촌형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축출하고 왕세자 자리에 오른 것이다. 또 왕자 11명,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명을 부패 혐의로 체포하면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실권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9월에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암살되면서 빈 살만 왕세자가 암살 배후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특별조사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왕세자를 포함한 사우디 고위 관료들이 사적으로 개입한 것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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