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의 팬이 타계 10주기인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죄가 없다(innocent)'는 글귀를 붙인 사진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지 10년이 되는 25일(현지시간). 잭슨이 묻힌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레스트 론 추모공원에는 아침부터 수많은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의 대형 묘 주변은 팬들이 가져다놓은 꽃들과 그의 사진과 팬들이 그에게 보내는 편지 등으로 뒤덮였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왕은 영원히’ ‘우리는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을 거에요’ 등의 문구가 적힌 편지가 눈에 띄었으며, 일부 팬들은 잭슨이 즐겨입었던 스타일의 재킷과 흰 장갑을 착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묘에 직접 올 수 없었던 해외 팬들이 보낸 화환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 덴마크, 헝가리의 국기 모양의 화환 가운데 최근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란 국기 모양의 화환도 보였다.

잭슨은 10년전 주치의인 콘래드 머레이 박사로부터 치사량의 프로포폴을 투여받고 5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팬들은 추모공원에 이어 잭슨이 숨을 거둔 로스엔젤레스의 홈비 힐스 저택과 그의 이름이 새겨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를 잇따라 방문했다. 팬들은 잭슨의 노래를 부르거나 서로 껴안고 흐느끼며 잭슨의 죽음을 슬퍼했다. 잭슨 재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10년 전 오늘 세계는 재능있는 예술가이자 보기드문 인도주의자를 잃었다”며 “10년 후에도 마이클 잭슨은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 포레스트 론 추모공원에는 25일(현지시간) 마이클 잭슨의 타계 10주기를 맞이해 아침부터 수많은 팬들이 운집했다.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온 렘 가자는 마이클 잭슨 분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AP뉴시스

올해는 잭슨의 타계 10주년인만큼 당초 여러 각계에서 그를 기리는 추모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미국 독립영화제 선댄스영화제 그의 아동 성추행 논란을 다룬 다큐멘터리 ‘네버랜드를 떠나서(Leaving Neverland)’가 일으킨 논란 때문에 상당히 축소됐다. 4시간 분량의 ‘네버랜드를 떠나서’는 잭슨에게 유년기 시절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두 남성 웨이드 롭슨(36)과 제임스 세이프척(40)의 이야기를 담았다.

방송 등을 통해 잭슨과 만난 롭슨과 세이프척은 각각 10세와 7세였을 때부터 수년간 잭슨의 저택과 호텔 등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3~2014년 잭슨의 유가족을 상대로 같은 내용으로 피해 배상 소송을 낸 적 있지만 법원은 사망자에 대한 소송 가능 기간(1년)이 지난 데다 주장만으론 증거가 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잭슨은 생전에 놀이공원처럼 지은 그의 저택 ‘네버랜드’에 아이들을 자주 초청했다. 네버랜드는 동화 ‘피터팬’에서 어린이들만 사는 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자식들을 가수로 훈련시키면서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 때문에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트라우마가 그로 하여금 아이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게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그는 불우한 아이들을 후원해왔다.

다큐멘터리 '네버랜드를 떠나서'의 한 장면 캡처.

하지만 그의 생전부터 아동 성추행 논란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1993년과 2005년엔 민사 소송까지 당하고 경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로 결론났다. 잭슨은 당시 어린 소년들과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잤지만 성추행은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실제로 2005년 재판 당시 24세였던 아역 배우 출신 맥컬리 컬킨은 증인으로 참석해 “마이클 잭슨과 같은 침대를 썼지만 한 번도 성추행을 당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때 재판에서 ‘네버랜드를 떠나서’에 출연한 롭슨도 “잭슨은 성추행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당시 잭슨이 나와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부탁했다”면서 과거 발언을 뒤집었다.

‘네버랜드를 떠나서’에 대해 잭슨 재단은 “롭슨과 세이프척의 일방적인 주장만 왜곡해서 편집했다”면서 “세상을 뜬 마이클 잭슨에 대한 린치”라며 반박했다. 잭슨의 팬들 역시 “롭슨과 세이프척이 근거 없는 폭로를 내세워 잭슨의 유명세에 편승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팬들은 잭슨은 무죄라는 내용의 맞불 다큐멘터리 ‘네버랜드 퍼스트핸드(Neverland Firsthand)’를 급히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거나 런던의 명물인 2층버스 60대에 포스터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법적으로 잭슨과 관련된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네버랜드를 떠나서’는 강력한 여론 재판으로 이어졌다. 아무래도 2017년 시작된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피해자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국 맨체스터 축구박물관에 있던 잭슨 동상이 철거됐으며, 영국 프랑스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등의 라디오 방송국에선 잭슨의 노래를 틀지 않는 등 ‘잭슨 보이콧’이 벌어졌다. 당초 올해 10주기를 맞아 예정됐던 전기 10여권 출판 및 뮤지컬 제작이 중단됐다. 또 프랑스 명풍 기업 루이뷔통은 잭슨에게 헌정하려던 2019 FW 남성복 라인의 생산을 중단했다.

잭슨이 타계한지 꼬박 10년째인 이날 해외 언론은 잭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고 있다. 잭슨이 대중음악계에서 인종적 취향의 벽을 무너뜨린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조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아동 성추행 논란에 대해 여전히 찜찜함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예술가와 그의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오랜 질문을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