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이 방한 중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승지원에서 비밀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만찬을 한 직후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49)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59) SK그룹 회장, 구광모(41) LG그룹 회장, 신동빈(64) 롯데그룹 회장은 26일 오후 8시 삼성그룹 영빈관 이태원 승지원(承志園)에 모였다.

이들은 청와대 만찬 일정을 마무리한 빈 사람 왕세자를 기다렸고 8시 45분쯤 왕세자가 도착해 약 15분간 티타임을 가졌다. 이는 청와대 오찬에서 짧은 대화밖에 나누지 못한 탓에 별도로 마련된 자리라고 재계 관계자는 전했다.

티타임이 끝난 오후 9시20분쯤 이 부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를 제외한 4대 기업 총수들은 승지원을 나왔다. 승지원에 남은 이 부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가 현재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 시티 사업 ‘네옴(NEOM) 프로젝트’를 놓고 약 10분간 단독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재계 안팎에선 왕세자가 5대 그룹 총수들과 건설, 화학, 에너지 분야는 물론 자신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우디의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인 ‘비전 2030’ 협력 플랫폼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경제 개혁 프로그램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사우디 사업 진출을 위해 앞다퉈 접견 요청을 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기업 총수들과 만남을 희망했었다. 이날 저녁 간담회에는 4명의 경제 관련 장관들을 대동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상회담도 아닌데 현직 장관 4명이나 대동한 것은 이날 모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얼마나 신경 쓰는 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날 만남의 장소가 왕세자 숙소가 아닌 삼성 승지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에선 빈 살만 왕세자가 이 부회장이 제시해 온 AI(인공지능), 5G, IoT(사물인터넷),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비전에 관심이 큰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승지원은 삼성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살던 집을 개조한 곳으로 선대 회장의 뜻을 잇는다는 의미로 이름이 붙여졌다. 이건희 회장은 이곳을 집무실로 이용하기도 했다. 승지원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모인 건 2010년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만찬 이후 처음이다. 당시 사의를 표명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전경련 회장을 추대할 목적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을 승지원에 초청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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