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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다가오고 있다”… 벌써부터 폭염에 시달리는 유럽

사하라 사막의 열파가 유럽으로 계속 유입… 6월에 이미 40도 돌파하는 등 역대 기온 경신중


“지옥이 다가오고 있다(Hell is coming).”
유럽 신문이 27일(현지시간) 날씨 뉴스를 전하며 앞다퉈 뽑은 제목이다. 스페인 기상캐스터가 지난 24일 트위터에 주간예보를 올리면서 처음 적은 뒤 각국 언론이 앞다퉈 인용하고 있다. 최근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때이른 폭염이 유럽을 강타한 가운데 사하라 사막에서 뜨거운 공기가 계속 유입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45도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기 때문이다. 매일 심해지는 폭염에 대해 ‘지옥’보다 더 나은 수식어를 찾기도 어렵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6월 마지막주에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각지에서 종전 최고기온 기록을 깰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에서는 전날 38.6도를 기록한 코센을 비롯해 51개 지역에서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스페인 북동부와 프랑스 남부는 가장 뜨거운 곳으로 최고기온이 45도를 넘는 지역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프랑스에서 역대 6월 최고 기록인 2003년 6월 21일 41.5도를 훨씬 웃돌 뿐 아니라, 그해 8월 12일에 기록한 역대 최고기온 44.1도마저 경신하게 된다.

벌써부터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폴란드에선 이번 달에만 90명이 호수와 강 등에서 더위를 피하려다 익사했고, 리투아니아에서도 27명이 수영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 남부에서도 3명이 수영을 하던 중 숨졌다. 이외에 독일에서는 불볕 더위로 철도가 휘고 아스팔트 도로가 파손됐으며, 스페인 등 각국에서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6월 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200건이 채 안됐지만 올해는 26일 현재 1386건을 기록중이다.

스위스 발레주 푸르카에서 26일(현지시간) 사람들이 론 빙하가 녹은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올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 때문에 알프스 산맥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AP뉴시스

유럽에서 한여름이 아닌 6월에 폭염이 닥친 것은 대서양 동쪽에 열대성 폭풍이 정체돼 있고 중·동부 유럽에는 고기압권이 버티고 있어 그 사이로 사하라 사막에서 형성된 ‘열파(Heat Wave)’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8월에도 유럽을 비롯해 북반구 전체가 ‘열돔(Heat Dome)’ 현상으로 폭염에 시달렸다. 지상 5~7㎞ 상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반구 형태의 열막을 만들어 뜨거운 공기를 가둬 놓은 열돔 때문에 유럽에서는 역대 최고기온이 경신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지난해보다 한층 더 뜨거울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폭염이 진정될 기미가 없자 유럽 각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폭염 때문에 프랑스에서만 사망자가 1만5000명이 발생하는 등 유럽 전역에서 3만5000명이 사망한 이후 유럽 각국은 매년 폭염 대비를 하고 있다. 특히 기온에 폭염 경보 등을 발령한 뒤 노인과 어린이에 대해서는 실외 활동을 자제시키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25일(현지시간) 아이들이 에펠탑 인근 분수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파리 시당국은 전날 폭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AP뉴시스

프랑스에서는 교육부가 지역에 따라 휴교령을 내리는 한편 27~28일 예정돼 있던 중학교 학력평가시험을 7월로 연기했으며, 교통부는 배기가스의 악영향을 우려해 오래된 자동차의 도심 운행을 금지했다. 파리시는 시청을 비롯해 곳곳에 냉방이 가동되는 곳에 휴식 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심야에도 수영장을 개방할 예정이다. 특히 거리 곳곳에 음용수대를 확충하고 노숙자들을 위해 샤워 시설도 제공하기로 했다. 독일에서는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최고 속도를 시속 120㎞로 제한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관광용 마차 운행을 중단했고, 이탈리아에서는 열사병에 대처할 의료진 확보를 위해 군의관을 동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폭염이 올해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이제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고 불러야 한다. 지구가 처한 상황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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