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북한 공식 매체들이 30일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만남을 예상과 달리 담담한 톤으로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공식 매체들은 1일 판문점 만남을 전달하면서 이전과 달리 회담 내용을 전면에 다루거나 하지 않았다. 앞선 두 번의 회담 당시에는 합의문을 비롯해 두 정상의 발언을 길게 전달했다. 하노이 2차 회담은 결렬돼 합의문은 실리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은 두 정상의 회동을 ‘단독 환담과 회담’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나가며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 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했다”는 설명만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실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군사분계선(MDL)을 오며가며 이뤄진 두 정상의 환담 후에도 53분간 사실상 ‘3차 정상회담’이라 불릴 만한 성격의 회동을 했지만 북한 매체들은 단 3문장으로만 소개했다.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과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은 공식 회담인 데 반해 이번 만남은 ‘번개 회동’으로 이뤄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주고받았을 뿐 어떤 합의를 이뤄낸 것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성공을 자신했던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보도 톤을 한층 낮추기로 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월 김 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북한 매체들은 이례적으로 출발 사실을 공개해 북한 주민들의 기대치를 한층 높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회담이 실패로 끝나면서 북한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고 이를 만회하는 데 만전을 기울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VIP실에서 밝게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하노이 교훈’에 따라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각별한 친분과 신뢰를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북·미 정상의 회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의에 따라 성사됐고 김 위원장이 이를 수락해 회동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6년만에 조미 두 나라 최고수뇌분들께서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역사적인 악수를 하는 놀라운 현실이 펼쳐졌다”고 전하며 “미국 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영토를 밟는 역사적인 순간이 기록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발언 중 북·미 정상의 각별한 신뢰를 강조한 부분만 언급해 두 정상이 특별한 관계임을 강조하고 김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을 치켜세웠다. 매체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훌륭한 친분관계가 있었기에 단 하루만에 오늘과 같은 극적인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훌륭한 관계는 남들이 예상 못하는 좋은 결과들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며 부닥치는 난관과 장애들을 극복하는 신비스러운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 말한 것을 전달했다.

이번 회동을 통해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명분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노딜’ 이후 침체기에 들어섰던 상황이 반전을 맞이하면서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도 알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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