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캠퍼스 7나노 극자외선(EUV) 생산라인 전경. 삼성전자 제공

일본이 반도체 제조 과정에 필요한 핵심 재료 3개에 대한 수출 규제를 공식화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해당 소재는 일본이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 당장 대체할 곳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이 재료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경우 6개월 후면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 후면 재고는 소진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재료 공급이 재개되지 않으면 생산라인은 멈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재고 상황을 보면서 물량을 줄일 여지가 있다. D램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라 생산을 늘릴 시점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수주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파운드리(위탁생산)는 자칫하면 예정된 시기에 납품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규제가 미칠 여파는 상당하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품목은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감광제 리지스트, 반도체 세척에 사용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이다. 이중 에칭가스는 국내 업체 등에서 대체가 어느 정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머지는 일본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대체가 어렵다.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 점유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라면서 “대체할 곳을 찾는 게 아예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이번을 계기로 주요 소재를 국산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처럼 국가 경제에 비중이 큰 산업은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생태계 전반을 점검하고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소재 규제가 현실화하면 일본 기업도 타격이 있는 만큼 상황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기업이 일본 업체로부터 반도체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 탈일본 움직임을 할 수 있다”고 거래처 다변화 가능성을 지적했다.

재계는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기업교류가 꾸준히 둔화하는 추세를 보여온 만큼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전무는 “양국 경제계는 1965년 국교수립 이후 경제 분야만큼은 ‘미래 지향적 실용주의’에 입각해 교류 확대를 지속해왔다”면서 “한국 경제계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이러한 양국 간의 협력적 경제 관계가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 “양국 정부는 선린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미래 공동번영을 위해 조속히 갈등 봉합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의 해외직접투자는 167.9% 늘었으나, 한국에 대한 투자는 6.6% 감소했다. 지난해 11월부터 5월까지 양국 간 교역 규모가 전체적으로 9.3% 줄었으며, 소재 등 중간재 교역도 8.3% 감소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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