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첨단 부품 수출 규제 강화는 한국을 겨냥한 ‘분풀이’ 보복 성격이 강하다. 장기적으로 한국 전자업계뿐만 아니라 일본 수출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자마자 무역 보복 조치를 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이달 말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을 높이려는 의도를 띤 국내정치용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규제 강화 조치가 강제징용 문제와 무관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부(副)장관은 1일 “(강제징용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다”면서 “안전보장 목적을 위해 수출 관리 제도를 적절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 역시 강제징용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일·한 간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황에서 기존처럼 수출 관리를 하기는 어렵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일본 언론조차 자국 정부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조치가 한·일 관계 최대 걸림돌인 강제징용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자유무역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시무라 부장관은 “(규제 강화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며 자유무역에 역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싸늘하다. 특히 이번 조치는 일본이 G20 정상회의에서 펼쳤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G20 정상들은 공동성명에 “자유롭고 공평하며 차별 없고 투명한 무역과 투자 환경”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자유무역의 기본 원칙을 명확히 확인했다”고 자찬하기도 했다.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무역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이 자유무역에 위선적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혹평했다.

일본의 ‘한국 때리기’는 이달 말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는 각종 스캔들로 인기가 떨어질 때마다 한·일 관계를 이슈화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최근 아베 총리는 은퇴 노인이 공적연금 외에 2000만엔(약 2억1350만원)의 노후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내용의 금융청 보고서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베 내각은 공적연금만으로 노후자금을 충당토록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금융청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공약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아베 내각은 오는 10월부터 소비세를 2%포인트 인상하는 방안도 강행할 방침이다. 소비세 인상은 일본의 대표적인 비인기 정책에 속한다.

아베 총리로서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대형 외교 이벤트인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렀지만 지지율 하락세를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28~30일 실시해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3%로 직전 조사 때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과거사 때문에 일본 국민들의 반한 감정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에 강경한 모습을 보여 ‘반짝’ 지지율 상승을 노린다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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