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 제공

이날만큼은 ‘김허수’가 나설 차례가 없었다. 담원 게이밍 서포터 ‘베릴’ 조건희의 날이었다.

담원은 7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9 LoL 리프트 라이벌즈’ 결승전에서 LCK의 4번 타자로 출전, LPL 대표 징동 게이밍(JDG)을 잡았다. 담원의 승리와 함께 LCK가 세트스코어 3대 1 승리로 대회 우승을 확정 지었다. 지난해 이맘때쯤 소문만 무성했던 ‘스크림도르’가 국제 대회 우승 트로피로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나온 서포터 캐리 게임이었다. 담원으로선 쉽지 않았던 경기 초반이었다. 원거리 딜러 ‘뉴클리어’ 신정현(카이사)이 이른 시간 2데스를 허용했다. 위기 상황에서 조건희(알리스타)가 키맨으로 나섰다. 6분경 기습적인 ‘박치기(W)’ ‘분쇄(Q)’ 콤보로 상대 서포터(럭스)를 잡았다. 거침없이 굴러가던 상대 스노우볼을 저지한 슈퍼 플레이였다.

조건희의 진가는 대형 오브젝트 싸움에서 드러났다. 10분경, 부시에 매복해있다가 깜짝 등장해 ‘야가오’ 쩡 치(신드라)를 공중에 띄웠다. ‘너구리’ 장하권(카밀)과 ‘쇼메이커’ 허수(제이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어 킬을 따냈다. 주력 딜러를 잃은 JDG가 서둘러 퇴각했다. 게임의 흐름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3분 뒤 화염 드래곤 전투에서는 이날의 승패를 결정지었다. 담원이 버프를 획득한 뒤 미드로 향했다. JDG가 무리에서 이탈한 조건희를 쫓았다. 조건희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순간적으로 점멸을 활용, JDG 4인에게 ‘박치기(W)’ ‘분쇄(Q)’ 콤보를 적중시켰다. 킬 스코어 6-7로 뒤지던 담원이 이내 10-7로 역전에 성공했다.

조건희는 이후에도 상대 정글에 깊숙히 진입해 이니시에이팅을 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 26분, JDG의 억제기 앞에서 신정현의 ‘초시계 플레이’에 호응해 싸움을 강제했다. 곧 담원이 에이스를 띄웠다. 2012년 LCK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카운터 로직 게이밍 유럽(CLG EU)에 악몽을 선사했던 ‘매드라이프’ 홍민기(당시 아주부 프로스트)를 연상시키는 게임이었다.

담원은 장하권과 허수가 원투 펀치를 이루는 팀이다. ‘또 너냐, 김허수’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만큼 두 선수의 캐리력은 대단하다. 그러나 그 둘만으로 버티는 팀은 결코 아니다.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와 바텀 듀오도 준수한 기량의 소유자다. 이렇게 역사에 남을 서포터 캐리를 선보일 만큼.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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