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 A씨(36)가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Stay Humble(겸손하라)’

베트남 이주여성인 아내를 폭행한 30대 남성이 8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그가 착용한 티셔츠에는 ‘겸손하라’는 영어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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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경찰서는 아내와 아들을 때리고 학대한 혐의(특수상해 등)로 남편 A씨(36)에 대한 구속영장을 7일 신청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8일 오전부터 진행됐다.

경찰 호송차를 타고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도착한 A씨는 남색 모자를 눌러쓰고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양팔은 경찰에 붙들렸고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A씨가 입고 있던 흰색 반팔 티셔츠에는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영어 문구가 적혀 있었다. Stay Humble, 겸손하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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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아내 폭행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죄송합니다 그거는”이라고 답했다. “전국적인 이슈가 됐는데 한 말씀 해달라”는 말에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없네요”하고 말했다.

A씨는 “언어가 다르니까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하니까 그것 때문에 악감정이 쌓인 게 있다”며 “다른 남자분들도 마찬가지 일 것 같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A씨는 시종일관 고개를 떨구고 취재진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5일 페이스북에 '한국은 미쳤다'라는 베트남어 문구와 함께 올라온 영상. 한국인 남편 A씨가 베트남인 아내 B씨를 폭행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부터 3시간 동안 전남 영암군 다세대 주택에서 베트남 이주여성인 부인 B씨(30)를 주먹, 발, 소주병 등으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살배기 아들을 낚싯대로 세 차례 때린 혐의도 받는다. B씨는 갈비뼈 골절로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현재 B씨는 병원에, 아들은 아동기관에서 보호조치를 받고 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3년 전 남편을 만나 베트남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지난 6월 중순 한국으로 돌아와 남편 집에서 생활했다”며 “남편은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씨는 남편이 때리면 서툰 한국말로 ‘잘못했습니다. 때리지 마세요’라고 용서를 구했으며 이 말을 자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B씨는 4일 저녁부터 남편이 폭행을 시작하자 탁자 위 기저귀 가방에 자신의 휴대폰을 올려두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B씨는 폭행이 끝난 뒤 베트남 지인에게 2분33초 분량의 피해 영상을 보냈다. 지인은 이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한국 남편과 베트남 부인의 모습, 한국은 정말 미쳤다’는 글을 게재했다. 지인은 이후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은 피해 내용을 확인하고 A씨를 긴급체포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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