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출 부진을 중심으로 두드러지는 경기 하락세와 3개월째 이어진 0%대 물가상승률 등이 주요 요인이다. 한은 내부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한은 관계자는 8일 “매파 성향(긴축적 통화정책 선호)으로 분류되는 고승범 금융통화위원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기존처럼 금융안정을 강조하면서도 기준금리 인하 여건으로 볼 수 있는 실물경제 악화 상황을 언급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경기가 안 좋아진 만큼 실물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앞서 경제상황을 판단할 땐) 하반기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그 믿음이 점점 약화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30일 기준금리를 종전 1.50%에서 1.75%로 인상한 뒤 현재까지 유지해왔다.


지난달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물가 상황과 대외여건 불확실성을 거듭 우려한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도 통화당국의 기류 변화를 감지하게 하는 대목이다. 시장은 이 총재가 간접적으로나마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 당국과 재정 당국은 기준금리 인하 여력을 강조하며 완화적 통화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 파급효과가 그렇게까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통화정책(금리 인하)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가계부채나 부동산 문제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 기조만으로는 한은이 오는 18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속단하기 어렵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인하 시기는 3분기(7~9월) 중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저물가 상황을 근거로 기존 ‘4분기 중’이었던 인하 예상시점을 ‘4분기 이전’으로 당겼다.

국내 경제 상황과 함께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고용지표가 호조를 기록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폭이 기존 0.50% 포인트에서 0.25% 포인트로 줄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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