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CG)

한국인 청년들이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어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소녀상이 상징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문제의 청년들에 대한 처벌보다 사과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경기 광주 나눔의집에 따르면 할머니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청년들의 잘못도 크지만 이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도록 놔둔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며 “청년들이 사과한다면 받아들이고 몸소 겪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눔의집 관계자는 “할머니들이 이번 사건으로 충격이 컸지만, 개개인을 처벌하는 것보다 후대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한 일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A씨(31)와 B씨(25) 등 이 사건 피의자인 20∼30대 남성 4명을 모욕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모욕죄는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이다. 앞서 소녀상의 관리단체인 사단법인 안산민예총은 A씨 등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안산민예총 측은 고소장에서 “소녀상의 관리 주체로서 A씨 등의 행위로 인해 심각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A씨 등이 모욕한 대상이 소녀상이 상징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인지 아니면 소녀상 관리주체인지 또 사람이 아닌 조형물에도 모욕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이 불분명하다.

이 때문에 안산민예총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이 나눔의집 측에도 고소 의향을 물었지만, 할머니들은 고심 끝에 이러한 입장을 내놨다. 이에 경찰은 A씨 등에 대한 사건처리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단원고 교복을 입고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는 뜻이 담긴 어묵을 먹는 모습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2·30대 2명이 모욕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어 이번에도 모욕죄 적용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처리할지 검토를 더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A씨 등은 지난 6일 0시 8분쯤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서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조롱하고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를 목격한 시민 2명이 각각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자들은 A씨 무리 중 1명이 일본어를 구사한 점을 근거로 이들이 일본인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인근 CC(폐쇄회로)TV를 토대로 사건 발생 15시간여 만에 A씨 등을 붙잡아 입건한 뒤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기운에 소녀상에 침을 뱉고,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면서 “일본어를 할 줄 알고 일본어를 쓰면 멋있을 것 같아서 제지하는 시민에게 일본어를 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상록수역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6년 8월 15일 제71주년 광복절을 맞아 역 남측 광장에 세워졌다.

이 소녀상은 거리 캠페인과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한 시민 참여로 건립됐으며 안산민예총이 관리하고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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