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운영성과평가에서 9일 지정취소가 결정된 신일고 교문.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가운데 8곳이 교육청 운영성과평가에서 재지정 기준점인 70점을 밑도는 점수를 받아 지정취소가 결정됐다. 연합뉴스

“이제 우리 일반고야?” “전학가야 하는 것 아냐”
9일 서울 서초구 세화고 앞. 기말고사를 마치고 학교를 빠져나온 학생들 사이에서 걱정이 담긴 수근거림이 들렸다.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취소 소식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2학년 A군은 “여긴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는데, 이번 조치로 학생들은 분명히 사기가 꺾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긴급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역시 재지정 대상에서 탈락한 서울 강북구 신일고 교정은 겉보기에 조용했다. 재지정 취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대부분 이번 평가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학년 B군은 “어제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친구들 사이에 재지정 평가 결과가 나올 것이란 소문이 퍼졌다”고 했다. B군의 스마트폰에는 “자사고 아니어도 신일고는 명문이니까 동요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문자가 와있었다. 1학년 C군은 “자사고를 없앤다고 교육 불평등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 사이에선 “어떡해” “전학가야 하는 것 아니냐” 등 얘기도 나왔다.

자사고학교장연합, 자사고학부모연합회 등 4개 자사고 단체 연합체인 자사고공동체연합은 서울시교육청 발표 직후 “평가 결과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평가기준, 평가위원 선정 등 평가 전반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감사원에도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조희연 교육감 퇴진운동, 형사고발, 유은혜 교육부 장관 낙선운동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해온 진보 성향 시민단체는 재지정된 자사고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감의 권한으로 주어진 자사고 재지정 평가로 오히려 상당수 자사고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배경희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처장은 “잘못된 정책은 빨리 바로잡아야 하는데 조 교육감이 지나치게 눈치를 봤다”면서 “지정 취소된 8개교 중 7곳은 이미 2014년에 지정 취소가 예고된 학교다. 이는 봐주기 평가”라고 꼬집었다.

다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그간 교육 현장에 만연한 고교 서열화, 일반고 황폐화 등의 문제를 개선시킬 시발점이 될 것이란 시각을 내놨다. 자사고가 그간 성적 좋은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데 그치는 ‘입시학원’으로 변질되어온 경향에도 제동을 걸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그간 자사고가 성적 좋은 학생들을 입도선매해가면서 일반고 체제 자체가 무너져 버렸다”면서 “자사고 24개를 유지하고 외고와 특목고까지 있는 입시 중심 교육환경에서는 기본적으로 일반고 학생들에게 꿈을 갖고 끼를 발휘하라고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자사고에서 졸업생 50% 이상이 재수를 하는 이상 우리나라 교육은 앞이 깜깜하다”면서 “교육체제를 고교학점제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와중에 서울 자사고의 61% 정도를 탈락시킨 건 이를 위한 최소한의 여건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효석 박구인 조민아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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