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 카리다 마을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살해된 뒤 그물로 감싸진 아이와 여성의 시신. 이들의 시신은 토막이 난 채로 발견됐다. 더 가디언 캡처.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 최소 22명이 목숨을 잃은 종족 학살이 벌어졌다. 지난 20년간 진행돼온 종족간 갈등이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BBC는 파푸아뉴기니에서 종족 분쟁이 일어나 지난 7일 무니마 마을에서 7명이 사망하고 8일 카리다 마을에서 15명이 사망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최근 파푸아뉴기니에서 일어난 학살 중 가장 큰 규모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가디언도 이날 카리다 마을의 학살은 8일 오전 6시쯤 발생했다고 전했다. 카리다 마을에는 8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집에서 잠을 자던 일부 여성과 아이들이 외부인에게 문을 열어주면서 무차별 살인이 시작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0명의 여성과 5명의 아이들이 사망했다. 여성 2명은 임신부였고 아이들의 연령대는 1살에서 15살로 다양했다.

목격자인 필스 피무아(콜로 카리다 보건소 관계자)는 가디언에 “총소리가 들려 일어나 보니 멀리 있는 집들이 불에 타고 있었다”며 “적들이 우리 마을로 침입했다는 생각에 빨리 숲으로 도망가 숨었다”고 말했다.

피무아는 이어 “3시간쯤 지난 오전 9~10시에 마을로 돌아가 보니 일부 집은 이미 불에 타 재로 변했고 시신은 조각이 나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면서 “시신으로 봤을 때 총과 칼이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했다.

그는 또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 몇몇 시신은 심하게 훼손돼 얼굴은 알아볼지언정 떨어져 나간 팔 다리는 누구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피무아를 포함한 생존자들은 이날 시신을 그물로 감싸놓고 마을을 떠났다. 용의자들이 마을로 다시 찾아와 또다시 공격하거나 남은 시신을 과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은 “오늘(10일) 내로 경찰과 함께 사건 현장을 찾아 사망한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두 차례 공습의 동기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작은 마을에서 종족까리 뭉쳐 생활하는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종족 간 살인과 성폭행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동안의 종족 분쟁은 주로 성폭행이나 강도 등의 방식으로 전개됐기 때문에 총기가 사용된 이번의 대규모 학살은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테디 아우기 헬라주 경찰청장은 “서로 적대적인 마을 주민들 간의 단순 종족 분쟁이 아니다”라며 “매복해 있다가 기습하고 도망가는 게릴라식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슬픈 날”이라며 “3개 종족이 이번 공습을 꾸몄으며 살인자들은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파푸아뉴기니 경찰 대변인이 10일 논평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용의자들의 체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피무아는 “마라페 총리가 특별한 수를 쓰지 않는 한 이 나라의 경비 체계로는 용의자를 잡기 어려워 보인다”며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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