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캡처

아내와 딸을 살해한 남성이 범행 전 환각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한 남성이 아내, 딸과 연애하는 것을 봤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환청·환시였다”고 말했다.

이모(60)씨는 지난 7일 오전 8시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자택에서 아내(56)와 딸(29)을 흉기로 잇따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지난 5월 직장을 잃은 ‘실직 가장’이었다. 그는 수십년간 별 탈 없이 직장생활을 해왔고, 실직 후에는 대부분 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10년 전 우울증을 앓아 2~3개월간 치료받은 전력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최근 불면증, 식욕부진 등의 증세가 심해져 정신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체포된 후 환각에 시달렸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 남성이 아내, 딸과 함께 연애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환청과 환시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또 “퇴직한 이후 별다른 벌이도 없는 상태에서 아내가 혹시 노후준비를 잘한 (환청 속) 돈 많은 남자와 재가를 할까 두려웠다”고 했다.

이씨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 경남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프로파일러 방원우 경장은 1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씨의 자괴감과 자책감이, 어떻게 다른 남성을 집에 불러들일 수 있냐는 아내와 딸을 향한 배신감과 분노로 바뀌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씨가 경찰에 진술한 범행 과정은 참혹했다. 그는 “안방에 잠들어 있는 아내를 흉기로 먼저 찔렀다”며 “잠에서 깬 뒤 저항하면서 도망가는 아내를 거실에서 수차례 찔렀다”고 했다. 이어 “비명을 듣고 다른 방에서 나온 딸도 신고할까 봐 두려워 살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도주하지 않고 사흘간 집에 머물러 있었던 것과 관련, 이씨가 범행 후 자해를 시도했으나 “화장실에 있으라”는 환청을 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의 범행은 숨진 아내의 친구 A씨 때문에 드러났다. A씨는 친구가 이틀째 무단결근했고, 연락도 닿지 않는다는 직장 동료의 연락을 받고 9일 오전 이씨 집을 찾았다. 이씨는 문을 열어 달라고 독촉하는 소리가 들리자 스스로 문을 열어줬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씨 아내와 딸이 숨져있는 것을 확인한 뒤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씨는 피가 묻은 옷을 그대로 입은 상태였다. 경찰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며, 흉기 2개를 증거품으로 압수하는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씨에 대해서는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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