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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10년 만에 400억원대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져 한때 ‘청년 버핏’ ‘청년 기부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성공신화의 주인공 박모(34)씨. 그는 11일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린 자신의 사기 혐의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4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받은 18억여원을 가로챈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영웅’이라고 불리던 그는 어떻게 ‘사기꾼’ 소리를 듣는 처지로까지 추락했을까.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안종열)는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투자금을 받은 뒤 18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된 박씨에게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박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기부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기만한 것은 도덕적으로도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본인의 과장된 언론보도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속인 점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주식 투자로 큰 수익을 내지 못했는데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부를 축적한 듯 행세했다고 일부는 자신의 생활비로 사용해 개인의 이익과 만족감을 위해 기부가 이뤄졌다”며 “채무수습을 위해 투자금을 돌려막기 식으로 이용하는 등 범행 방법과 결과, 피해 투자금 대부분이 변제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2016년 10월부터 1년 동안 한 투자자로부터 13억9000여만원을 가로채는 등 총 4명의 피해자로부터 모두 1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그가 알려진 것은 2013년쯤이다.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에 1억여원의 기부금을 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대학 측은 박씨가 주식을 통해 번 돈의 일부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그의 기부는 계속됐다. 경북여고와 서부고에 장학금 1억원, 전남대에 장학금 6억원(약정) 등을 기부했다. 2015년 7월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대구 첫 대학생 회원으로도 가입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기부로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2015년쯤 각종 매체에서 그의 대한 인터뷰 요청이 쇄도 했다. 처음에는 인터뷰 요청에 잘 응하지 않던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인터뷰에 응하기 시작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내용은 이렇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대입 무렵 가세가 기울어 원하는 대학에 못 갔고 2003~2005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15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중학생 때 시작한 모의투자가 진가를 발휘했다고 한다. 20대 후반에 남들보다 늦게 대학에 들어간 그는 학업과 투자를 병행했고 2013년 첫 장학기금을 만들었다.

그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그가 가진 재산이 얼마인지 궁금해 했다. ‘나이도 어린 친구가 재산이 얼마이기에 수억원씩 기부를 하는가’가 관심사였다. 이때부터 언론들은 박씨 재산을 집요하게 취재하기 시작했다. 2015년 한 지방지에서 그가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가졌다는 제목을 달았다. 이후에 그는 수백억원의 자산을 가진 청년 투자자로 각종 언론에 소개됐고 2016년쯤부터 400억원대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이런 자신에 대한 오해들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자신의 재산을 말하지도 않았지만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도 해명하려 하지 않았다.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재산이 100억원이 넘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의 진실은 2017년 한 유명 주식 투자가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400억원대 재산에 의혹을 제기한 이 투자가는 박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박씨가 원하는 단체에 현금 1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속까지 할만큼 박씨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이후 박씨 재산에 대한 사실 확인이 이어졌고 박씨는 논란이 심화되자 “2003년 1000만∼20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투자원금과 기부 금액을 포함, 14억원 정도 벌었다”고 밝힌 뒤 잠정적으로 기부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듯했던 박씨는 올해 초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이름이 오르내렸다. 당시 수사를 한 경찰에 따르면 2016년 A씨가 박씨에게 13억9000여만원을 빌려준 뒤 돌려 받지 못하자 박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A씨 이외에도 9명이 더 박씨에게 투자를 했는데 모 대학교 교수 등 6명은 경찰에 박씨를 고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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