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인스타그램

대법원이 11일 가수 유승준(43)에 대해 정부가 비자발급을 거부하며 입국을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병역기피’라는 비난을 받으며 17년간 한국 땅을 밟지 못했던 유승준의 입국 가능성이 마침내 열렸다. 그러나 법의 판단처럼 여론도 그를 용서할지는 미지수다.

유승준은 미국 영주권자 신분으로 1997년 데뷔해 국내에서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당시 유승준은 방송에서 여러 차례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히며 ‘바른 청년’ 이미지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이 면제되면서 인생이 뒤바뀌었다. 당시 유승준은 공익근무를 앞둔 상태였다.

유승준은 2002년 MBC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모두 미국에 살고 있고 해외에서 가수 활동을 하고 싶어 2년 전에 미국 시민권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에는 병역의무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어서 당연히 시민권을 신청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며 “신청 이후에야 한국에서 내가 병역의무 대상자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유승준은 이어 “인생의 목표를 위해 시민권을 받기로 결심했다. 다시 이런 선택의 기회가 오더라도 결국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병역 문제와 관련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된 것 같아 미안하다. 팬들의 용서를 전제로 한국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승준을 향한 비난 여론은 거세졌고 법무부는 유승준이 출입국관리법 11조에 해당한다며 입국을 제한했다. 해당 법률은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입국이 거부된 후 유승준은 중국을 중심으로 가수 겸 배우로 활동했다. 국내 입국이 불허된 지 8개월 만인 2002년 9월 중국 청두에서 콘서트를 열고 가수 활동을 재개했다.

유승준은 해외에서 활동하면서도 국내 복귀를 위해 꾸준히 문을 두드렸다. 2003년 1월에는 직접 청와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입국을 허가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 “13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문화적 차이와 언어갈등을 겪으면서 조국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내가 받은 것을 팬들에게 돌려주고자 한국행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역시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기각됐다. 또다시 입국이 좌절된 그는 연기·무술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며 할리우드 진출을 모색하는 동시에 미국과 캐나다 방송, 한인 개신교계 행사 등에 출연해왔다. 2004년 9월에는 일반인 여성 오유선씨와 결혼하며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2005년 유승준은 중국 연예계 생활을 본격화했다. 유승준은 당시 “신인 신분으로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며 “내 인생의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됐다. 중국에서 뜨는 새로운 별이 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후 유승준은 중국에서 앨범을 내고 인기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국내에서 유승준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06년 유승준은 힙합 가수 H-유진 음반의 랩 피처링에 참여했는데 “입국이 금지된 상황에서 국내 활동이 웬 말이냐”는 비난을 받았다. 같은 해 유승준이 중국에서 낸 음반이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유통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유승준은 2007년 6년 만에 국내에서 새 음반을 발표한다고 알렸다. 다만 그는 “한국에서 영리활동을 할 의도는 없다”며 “온·오프라인 판매를 통해 얻는 음반 수익은 모두 자선단체를 통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네티즌들은 “국내 복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승준 인스타그램

유승준이 국내 활동에 발을 담글 때마다 국내 여론은 싸늘했다. 유승준은 계속되는 비난에 2009년 “한국에서 직접 용서를 빌고 싶다”며 “깊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병역을 기피한 적은 없다. 오히려 군에 입대하고 싶었다”고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유승준은 2015년 5월에도 한 온라인 방송을 통해 눈물을 보이면서 “법무부 장관님, 병무청장님, 출입국관리 소장님, 한국에서 병역을 하고 있는 많은 친구들에게 물의를 일으키고 허탈하게 해 드린 점 정말 사죄드린다”며 “아이들을 위해 꼭 한국 땅을 밟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줄 알았던 스태프들의 욕설이 그대로 생중계되면서 유승준의 진정성이 또 다시 논란이 됐다.

유승준은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되자 그해 10월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그러나 2016년 1심과 2017년 2심 모두 패소했다. 1심과 2심은 “유씨가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시켜 병역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한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유승준은 지난해 11월 국내 컴백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차가운 여론에 부딪혀 무산됐다. 유승준은 네티즌들의 비난에도 지난 1월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에 미니앨범을 공개했다. 한국에서 다시 앨범을 낸 것은 12년 만이었다.

강태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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