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집안싸움’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야당발(發) 정계개편 가능성이 꿈틀대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 재신임 문제를 놓고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고, 평화당은 자강론을 고수하는 당권파와 제3지대 창당론을 띄우는 비당권파가 당의 진로를 놓고 ‘끝장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두 당 모두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으로 당의 구심력이 약해진 상황이라 향후 새로운 정치세력 출현을 위한 정치적 공간이 넓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대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주일 정도 혁신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제가 본 것은 계파 갈등의 재현이었다”며 “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의 측근인 주 위원장은 “젊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해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대해서 크게 분노를 느낀다. 이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혁신위가 당의 미래발전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손학규 퇴진’이란 두 글자만 얘기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혁신위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오가며 내분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혁신위는 전날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손 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통해 묻기로 결정했다. 주 위원장을 포함한 혁신위원 9명 중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5명이 이 같은 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주 위원장은 “만장일치가 아니면 안 된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인 혁신위 대변인은 “당헌·당규상 혁신위원장이 사퇴한다 하더라도 혁신위 해산을 결정할 근거는 없다”며 “손 대표 재신임 여부를 포함한 혁신안을 최고위원회에 상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손 대표 측은 “당규상 혁신위원장 없이 혁신위 소집이 불가능하다”며 “재신임 여부를 묻는 혁신안은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혁신위의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많다. 애당초 혁신위 구성이 계파 안배를 염두에 두고 이뤄진 터라 혁신위 활동이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혁신위원장 없는 혁신위가 제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두고 양쪽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잠잠해졌던 계파 갈등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 거취 문제를 두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충돌했던 과거의 상황으로 원상 복귀하는 셈이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총장후보자(후보자 윤석열)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평화당은 오는 16일 끝장토론을 통해 당의 진로를 결정하기로 했다. 평화당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끝장토론”이라며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제3지대론도 논의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비당권파인 유성엽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오로지 민생과 경제만 생각할 새로운 정치세력의 태동과 구축에 힘을 보태 달라”며 신당 창당 구상을 공식화했다. 이번 끝장토론도 유 원내대표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 혁신위가 사실상 동력을 잃으면서 평화당 비당권파 의원들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당권파인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끝장토론을 계기로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손 대표 퇴진 압박이 거세질수록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평화당 비당권파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제3지대 신당 창당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평화당 관계자들이 바른미래당 쪽 인사들과 만나 혁신위 관련 분위기를 떠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