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 논란으로 2002년 입국이 금지됐던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이 1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올 길이 열렸다. 대법원이 유승준에게 내려진 한국 정부의 비자발급 거부 조치를 위법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을 거쳐 유승준의 승소가 확정되면 정부는 유씨의 비자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LA)총영사관을 상대로 제기한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비자발급 거부 처분이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해당하는 입국금지 결정을 따랐다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또 “영사관이 13년 7개월 전에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발급 거부처분을 했는데, 이런 재량권 불행사는 위법하다”고 했다.

유승준은 병역 기피 의혹이 불거지면서 2002년 2월 법무부로부터 입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한국 밖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던 유씨는 2015년 9월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이 비자는 취업 활동이 대체로 자유롭다.

앞서 1·2심은 “유씨가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국군 장병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 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시킨다”며 비자발급 거부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유승준이 38세가 된 이후인 2015년에야 비자를 신청한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유승준이 재외동포법상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한 이에게도 체류자격이 부여될 수 있는 연령(38세)까지 기다렸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비자발급 거부 과정에 행정절차가 위반됐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입국금지 조치만을 근거로 구체적 판단 없이 비자발급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유승준이 충분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으나, 입국금지 결정이나 사증(비자)발급 거부 처분이 적법한지는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유승준의 최종 승소가 이뤄지면 LA총영사관은 유승준이 신청한 비자를 발급할 것인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유승준이 재외동포로서의 체류 자격을 인정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소송에 많이 참여하는 한 변호사는 “새롭게 비자발급을 신청하면 결론이 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유승준은 대법 판결 뒤 법률대리인을 통해 “가슴 속 깊이 맺혔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한다”고 했다. 다만 유승준이 한국 땅을 밟는 일이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법무부의 입국금지가 유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비공식 답변을 전제로 “(LA총영사관이) 비자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할 때 법무부에 입국금지를 유지할 것인지 물을 것인데, 만일 법무부가 ‘유지한다’고 하면 비자가 발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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