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 캡처

2008년 처음 공개된 뒤 소유권 논란이 이어졌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소송을 제기한 상주본의 현 소장자 배익기(56)씨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상주본이 잘 있는지조차 답변을 꺼렸다.

JTBC 뉴스룸은 15일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인 배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배씨는 “문화재청의 서적 회수 강제집행을 막아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로써 문화재청은 절차에 따라 상주본을 회수할 수 있게 됐지만 상주본의 소재는 배씨만 알고 있어 회수 가능성은 미지수다.

손석희 앵커는 이날 배씨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불에 그을린 상주본을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상주본은 잘 있냐”는 첫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배씨는 “지금 민감한 사안이 돼서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라고 답했다. “잘 있는지 없는지도 말하기 어렵냐”는 손 앵커의 질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이 이런 만큼 더더욱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당황한 손 앵커는 말을 잇지 못하다 “존재 여부도 얘기하기 어렵다는 말이냐”고 되물었고 배씨는 “원래 내가 국보 지정받기 위해 공개했던 것인데 이런 무고를 입어 12년을 끌고 오게 됐다”며 “오늘 이런 일(판결)이 보도가 되니까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배씨의 이 같은 대답에 손 앵커는 “당연히 잘 있으리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인터뷰에 응한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이에 배씨는 “자리를 만들어 줘 고맙다”고 인사하면서도 “일방적으로 보도자료가 나갔는데 (소송)상대가 관이기 때문에 내 입장을 국민이 알지 못했다”며 억울해 했다.

배씨는 “2015년 불이 나고 그러니 서로 파국이 일어나겠다 싶어 양보안을 내서 문화재청이 최소한 1조 이상이 간다고 하니 주운 돈의 5분의 1까지 주는데 나는 10분의 1만큼이라도 주면 더 따지지 않고 타결을 쌍방이 적당한 선에서 끝내도록 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었다. 1조의 10분의 1 정도 되면 한 1000억원 된다”고 설명했다.

배씨는 또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견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부에 대해 4개의 청구에 대한 소를 했다”고 한 배씨는 “재심이라든가 문화재청에 대한 소유권 무효 확인의 소를 한 게 아니다. 청구에 대해서만 패소한 것일 뿐이지 구체적으로 소유권 무효 확인의 소를 냈다든가 재심을 한다든가 이런 건 아직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가 소유가 아니라는 소송을 다시 낼 것이냐”는 질문에 배씨는 “당연히 지금 고려하고 있다”면서 “관을 상대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고려가 있다. 문화재청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라고 답했다.

답변을 들은 손 앵커는 배씨의 이름을 딴 기념관을 만들면 상주본을 국가에 기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에 배씨는 분통을 터뜨리며 항변했다. “문화재청이 거리가 머니까 지역 시와 관련된 곳에서 움직여 합의를 종용했다”고 한 배씨는 “믿을 만한 책임자의 말에 의하면 나한테서 그걸 받아 국가에 자기 문화재청에 넘겨주면 그걸 다시 상주시에 영구임대를 해 준다는 그런 얘기를 해줬다. 그런데 억울하게 무고를 입어 소유권이 이렇게 돼 분통이 터질 노릇인데 그 상태에서 해 주겠냐”고 반문했다.

소송의 시발점을 언급하자 배씨는 “어차피 발견이라 치더라도 10분의 1 정도의. 발견은 신대륙도 가졌는데 10분의 1 정도는 끼쳐주지 않으면 완전히 억울하게 뺏긴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그렇게 얘기를 한 거고 타당한 상황이 있어 더 주고 싶으면 더 줘도 관계없고, 그거는 염치없이 딱 얼마라고 돈을 못 박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상주본 소유권을 둘러싼 법정 분쟁은 2008년 시작됐다. 배씨가 그해 7월 “집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며 상주본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그러자 같은 지역에서 골동품 판매업을 하던 조모씨가 “배씨가 고서 2박스를 30만원에 구입하면서 상주본을 몰래 가져갔다”고 주장하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1년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확정판결했다.

조씨는 이듬해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뒤 세상을 떠났다. 상주본의 소유권은 국가로 넘어갔다. 그러나 배씨가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갈리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배씨는 민사 판결을 근거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지만 2014년 대법원은 배씨가 상주본을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배씨는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만큼 상주본의 소유권은 자기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배씨는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은 배제돼야 한다며 소를 제기했다. 1‧2심은 “형사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됐다는 것만으로 상주본 소유권이 배씨에게 있다고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배씨에게 회수공문을 보내 뒤 오는 17일 배씨를 직접 만나 설득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3회 정도 회수 공문을 보낸 뒤에도 배씨가 거부하면 법원에 강제집행을 요청해 압수수색을 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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