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가 MJ KIM. MJ KIM 제공


“아내와 종종 이런 농담을 주고받곤 합니다. 비틀스가 저희들의 생활비를, 아이들의 학비를 대주는 상황이 올지는 상상도 못했다고요.”

사진가 MJ KIM(본명 김명중‧47)은 16일 국민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틀스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가로 11년째 일하고 있다. 1년의 절반은 해외에 체류한다는 그는 현재도 매카트니의 북미 투어에 동행하느라 미국에 머물고 있었다.

MJ KIM은 최근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정리한 책 ‘오늘도 인생을 찍습니다’(북스톤)를 출간했다. 책에는 그가 보낸 굴곡진 10대와 20대 시절, 사진의 세계에 빠지게 된 과정, 매카트니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작업하면서 겪은 후일담이 한가득 담겨 있다. 그가 보낸 이메일은 “(책을 펴내니)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는 문구로 시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첫 책이다. 소감이 남다를 거 같은데.
“말썽쟁이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꿈’이라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영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리고 런던이라는 낮선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알지도 못했던 사진이라는 분야에 뛰어들어 열심히 뛰었다.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는 잠깐 하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했지 평생의 업이 될 줄은, 심지어 매카트니라는 세계적인 대가와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인생은 지금 아무리 별 볼 일 없다 해도 정말 열심히 살아볼 만한 것 같다. 책을 쓰면서 제가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생각을 했었며 무엇이 죽도록 힘들었고 무엇이 미치도록 기뻤는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독자를 위해 쓴다고 생각했는데, 쓰고 보니 결국 나를 위해 쓴 책이 된 것 같다.”

-왜 ‘사진’이 좋았던 건가.
“사진가를 꿈꿔본 적도, 사진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유학을 가서 영화과에 다니던 중 부족한 영어 탓에 학점은 안 나오고,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으로 학점을 만회하고자 시작한 게 사진이었다. 작은 뉴스통신사 견습사원이 됐는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사진이 좋았다. 가끔씩 신문에 실리는 내 사진을 보는 것도 기뻤다. 그러던 중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영국의 돈 맥컬린과 미국의 제임스 낙트웨이의 사진집을 대하고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됐다. 그들은 인간이 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촬영한 사진기자들이다. 그들은 내 삶의 관점과 태도를 바꾸어버렸다. 나도 그들처럼 사진으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매카트니는 당신 사진의 어떤 부분을 마음에 들어 하나.
“그는 나와 내 가족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람이 됐다. 처음 매카트니와 인연을 맺은 건 2008년이었다. 당시엔 그를 한두 번 촬영하는 것만으로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번이 열 번이 되고 열 번이 수백 번이 됐다. 나도 왜 그가 다른 사진가를 부르지 않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음악 공연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면 그 다음부터는 서로 간의 ‘케미스트리’가 얼마나 잘 통하느냐가 중요하다. 정확히는 나도 알 수 없지만, 매카트니가 ‘이 사람은 이런 면에서 잘 맞아’ 하고 느끼는 케미스트리가 있는 것 같다. 그게 뭔지는 알 수 없고, 묻고 싶은 마음도 없다.”

-피사체로서 폴은 어떤 모델인가.
“쉽지 않은 모델이다. 그는 평생을 유명인으로 살아왔고, 전 세계 모든 사진 대가들과 작업한 사람이다. 그의 첫 부인 린다 매카트니는 훌륭한 사진가였으며, 매카트니 역시 음악뿐 아니라 그림 사진 등 각종 예술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다. 그를 만족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좋은 사진이 나오면 아이처럼 좋아하기도 한다.”

-매카트니는 2015년 처음 내한 공연을 열었었다. 당시 후일담이 궁금한데.
“그는 처음 가보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특히 한국 공연 전 여러 뮤지션 지인들에게 한국 관중의 엄청난 ‘떼창’에 대해서 이미 들은 터였다. 그가 특히 좋아하는 나라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다. 남미 특유의 뜨거운 호응 때문이다. 하지만 그 관중의 뜨거움을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비가 내렸는데도 4만 관중이 자리를 뜨지 않고 우비를 입은 채 콘서트장을 뒤집어놓았다. 그는 항상 한국을 다시 찾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가 MJ KIM이 출간한 '오늘도 인생을 찍습니다'


-책에는 마이클 잭슨을 비롯해 함께 작업한 다른 스타들 이야기도 실려 있다. 해외 스타들의 경우 까탈스러운 요구를 할 때도 많을 거 같은데.
“다행히 까다로운 요구를 하는 스타들과는 작업해본 적이 없다. 사진은 좋은 분위기에서 촬영해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 대스타일수록 매너가 좋은 경우가 많다. 성공한 독불장군은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은 서로 도우면서 발전해가는 법이니까. 인성이 좋지 못한 사람은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롱런하는 대스타에게서는 ‘멋진 태도’를 많이 보게 된다. 최근 SNS에서도 화제가 된 키아누 리브스의 가슴 따뜻한 스토리가 좋은 예가 될 듯하다.”

-크리스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영국으로 유학 오니 너무 심심했다. ‘술 친구’를 찾기 위해 런던 한인교회를 방문했는데, 술 친구는 못 찾고 대신 하나님을 찾았다. 실수투성이 인생이지만 가장 잘한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교회에 나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한 것이다. 신앙은 나를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작업을 얼마나 잘하느냐, 얼마나 성공하느냐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좋은 작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언제까지 매카트니와 함께할 것 같은가.
“그가 언제까지 노래를 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얼마 전 77세 생일을 맞았는데, 아직도 쉬지 않고 3시간 동안 노래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공연을 한다. 그의 마지막 공연까지 내가 함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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