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전진이 기자

“요즘 괜찮으십니까?”

한일관계가 갈등 속으로 들어가면서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 한국에 사는 일본인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혹시 신변에 불편이나 위협이 발생한 건 아닌지 알고 싶었다. 두 나라를 같이 보고 있는 사람들, 두 나라를 모두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누구보다 간절히 이번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국민일보가 지난 15∼16일 전화나 서면으로 인터뷰한 주한 일본인, 주일 한국인들 중 누구도 현재의 한일갈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지 않았다. 갈등이 있는 건 알지만, 예전에도 두 나라 사이에 갈등이 없었던 게 아니고, 지금의 갈등을 특별하다고 느낄만한 분위기는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나 전문가들, 이념편향적 시민들이 그간 언론에 나와서 하던 얘기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들은 ‘경제보복’이나 ‘전쟁’ 같은 단어들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정부나 언론의 비장한 태도와는 달리 “정치가 문제야”라며 쯧쯧 혀를 차고 있는 모습에 가깝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도 대다수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나라의 언론 보도가 너무 상반돼 진실이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언론이 적대감을 부추기는 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그러면서도 정부를 비판하는 시각은 뚜렷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두 나라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생각들이 강했고, 정부에 기대하기보다는 시민들의 힘으로 갈등을 해결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일부는 본인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다.



기무라 켄(44·서울 거주·한국 기업 근무)
“한국과 일본 뉴스를 다 보는데 내용이 180도 다르다. 어느 나라가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기무라 켄씨는 “한국과 일본 뉴스를 다 보는데 내용이 180도 다르다”면서 “어느 나라가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월에 일본이 세컨드 카드(화이트리스트 제외 이후 또 다른 보복조치)를 내는지 보면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세컨드 카드를 낸다면 한국에서 말하는 대로 수출규제가 맞고, 안 낸다면 일본 정부 얘기대로 수출규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을 밝혔다.

그는 또 “뉴스에는 매일 ‘헤이트’하는 사람들만 나온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조용한 편이다”라며 “우리 호텔에도 일본 손님들이 전혀 줄지 않았다. 한국에 여행하고 싶다는 일본 사람들 여전히 많다. 한국 오는 비행기도 매일 꽉 찬다”고 전했다.

일본 친구들도 한국에서 일본 맥주 판매나 일본 식당 사정이 어떠냐고 많이 묻는데 “별 문제 없다”고 얘기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 자민당은 문재인 정권이 끝나면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계속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면서 “예전에도 두 나라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정부 사이에서는 서로 도와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게 다 없어져서 아베 정부가 답답해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다 겐지(53·청주 거주·충북도청 공무원)
“일본에서 보수적인 사람들은 아베 정부를 향해 더 세게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세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금 상황을 곤란하게 바라보고 있다.”

한다 겐지씨는 지난해 12월 입국해서 올 6월부터 충북도청에서 일본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협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전에는 일본 야마나시현 공무원으로 일했다.

한다씨도 “양국 뉴스를 보면 내용이 정반대”라며 “하나도 맞는 부분이 없다. 어느 쪽이 맞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수출 규제라고 얘기하는데 일본은 수출하는 건 그대로 절차대로 하는 것이고 갑자기 바뀐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자체 차원에서는 한일 교류에 아무 문제가 없다. 민간 차원에서도 왔다갔다 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정부 차원을 보면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서로가 자기 말만 하고 상대방 얘기를 듣지 않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보수적인 사람들은 아베 정부를 향해 더 세게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보수적인 세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금 상황을 곤란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면 일본에서도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댓글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다씨는 “지금 상태라면 냉각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니까 민간이 나서보면 어떨까 싶다. 특히 대학생들이 만나서 대화하는 기회를 갖고 앞으로 두 나라의 관계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답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조금 기가 죽는다는 느낌이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가 좀 걱정된다.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김승복(50·도쿄 거주·출판사와 책방 운영)
“‘한일간의 사이가 경직되어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바르게 말한다면 ‘한일간 정치가들의 사이가 경직되어 있다’고 해야 한다.”


도쿄에서 27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김승복씨는 “저는 출판사와 한국 책을 취급하는 책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저희를 찾는 손님들은 한국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며 한국을 잘 아는 분들이 많다”면서 “상대를 알기 때문에 오해가 없고 갈등 또한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들이 곧잘 쓰는 ‘한일간의 사이가 경직되어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라면서 “바르게 말한다면 ‘한일간 정치가들의 사이가 경직되어 있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지난 며칠동안 일본의 신문사 몇 곳에서도 저희를 취재하러 왔다”면서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일본 미디어들은 갈등구조를 부각시키는 것 외에도 다른 쪽을 보여주는 방법을 쓰는 것 같다”며 지난 11일자 마이니치 신문 기사를 보여줬다. 스즈키 타쿠마 기자가 쓴 이 기사의 제목은 ‘일한, 중간 정도의 친구 사이’이다.

김씨는 또 “저희와 관련된 커뮤니티에서는 아직까지 이번 이슈가 화제가 된 적은 없다”면서 “다만 세상의 모든 정책 중에 ‘햇볕정책’만한 것이 없다는 말들은 한다, 아베 정권의 ‘북풍정책’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북풍정책은 오는 21일 선거를 겨냥한 것이며 개헌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런 말들은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이나 일본 사이에 정치적인 갈등은 늘 있어 왔고, 한일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들 사이에는 갈등구조가 있다”면서 “이런 갈등구조로 일반인들의 삶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은 고급 정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왕 하는 정치, 보다 세련되게 우아하게 바르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세일(44·도쿄 거주·연출가)
“한일 국민들이 직접 만나고, 간단한 것이나마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서 힘을 합해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난다면 두 나라의 우호관계는 굳건하게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2003년부터 일본 도쿄에서 극단을 운영하며 배우와 연출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세일씨는 “악화된 한일관계로 일상생활에서 파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는 아닌 듯 하다”면서 “일본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피해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 상황과 관련해서는 “공중파 뉴스는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사실대로 전하는 수준”이지만 “인터넷 뉴스에서는 한국을 비판하는 기사가 상당히 많아진 게 사실이고, 호감을 가지게 하는 기사보다 악감정을 가지게 하는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만 “다만 이번 수출규제와 관련해서라기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한국에 대한 비판 기사가 많이 늘어난 듯한 인상”이라며 “한국에 대한 비호감의 여론이 형성되면서 그 결과로 일본 여당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카드가 나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인터넷 기사는 읽는 사람이 한정돼 있어서 한국에 대한 악감정이 일반적으로 넓게 퍼졌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앞으로는 조금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면서 “한국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이나 한국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집중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하면 한국에 대해 비호감을 느끼는 일본 국민들의 폭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본인들을 한국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 한국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 애정도 악감정도 없는 사람으로 구분하고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한국인 친구가 있거나 한국에 가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특히 한국인 친구가 있다는 것은 한국에 애정을 가지게 되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경험적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연극인 교류 사업을 오랫동안 진행해 왔다. 그는 “연극인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면서 “서로가 직접 만나고, 간단한 것이나마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서 힘을 합해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난다면 두 나라의 우호관계는 굳건하게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A(20대 한국 남성·도쿄 거주·일본 기업 근무)
“혐한은 없으며, 오히려 무관심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일본 도쿄에서 거주하며 일본 기업에서 6개월 정도 근무하고 있다는 A씨는 “혐한은 없으며 오히려 무관심에 가깝다고 생각된다”고 일본인들의 반응을 평가했다.

A씨는 “한국에서는 한일갈등을 주요 이슈로 다루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 현지 언론에서는 한일 갈등을 크게 보도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인지 주변 일본인들로부터 피해를 입거나 그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는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곧 일본 선거 시기가 다가오면서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이에 반해 일본 국민들은 크게 반응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B(24세 한국 남성·도쿄 거주·일본 기업 근무)
“일본인들 반응은 무관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아베 등 극우 성향 정치인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한일갈등 관련 보도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에 산 2년 반이 됐다는 B씨는 “한일갈등이 심각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직장 내에서나 출퇴근길에서도 한일갈등이 심해졌다고 생각될 만큼의 이야기가 오가지도 않는다. 일본인들 반응은 무관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선거를 앞두고 아베 등 극우 성향 정치인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한일갈등 관련 보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일본의 온라인 기사 등에서는 한국이 일본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인다거나 반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B씨는 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다거나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한국의 상황을 단편적으로 전하는 언론 보도도 종종 눈에 띈다”며 “선거에서 ‘표심 얻기’를 위한 선동으로 한일 관계가 안 좋아지도록 종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을 얘기하고 있는데, 선거철 말장난에 놀아나지 말고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C(24세 한국 여성·도쿄 거주·유학생)
“한일갈등의 책임은 아베 정권에 있다고 보며, 한국인들의 반일정서가 갈등의 불씨를 더욱 키운다고 생각한다.”


일본 치바현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C씨(24)는 “이전과 비교해 한일갈등이 심해졌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아르바이트를 할 때 차별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 친구들은 있지만 한일관계가 악화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C씨는 또 “주변 일본인 친구들과 한일갈등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있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두 나라의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라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전했다.

C씨는 “한일갈등의 책임은 아베 정권에 있다고 보며 이에 따른 한국인들의 반일정서가 갈등의 불씨를 더욱 키운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본 언론 보도와 비교할 때 한국 언론은 푸대접 등 일본의 태도를 많이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언론 보도가 한국인들의 반일정서를 더욱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남중 기자, 강태현 인턴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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