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미 하원은 이날 규탄결의안 투표를 실시해 찬성 240표, 반대 187표로 가결시켰다. 4페이지 분량의 이번 결의안은 “하원은 새로운 미국인(이민자)과 유색 인종에 대한 공포와 증오를 합법화하고 고조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의안은 또 “트럼프의 (인종차별적인) 모욕은 의회와 미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가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이유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규탄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규탄결의안은 법률적 효력을 지닌 것이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그러나 정당에 따라 완전히 갈라진 표결 결과가 나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이 통신은 전망했다.

이번 결의안은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주도했다. 모두 435석인 미 하원은 민주당 235석, 공화당 197석, 무소속 1석, 공석 2석이 구성돼있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 하원의원 4명과 무소속 의원 1명이 결의안을 지지하는 소신 표결을 했다. 펜실베이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소속 온건파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하원의원 등 4명이 당을 떠나 반란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들 4명을 제외한 공화당 의원들은 집단적으로 반란표를 던졌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표결 전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비판하는데 있어 민주당과 공화당의 모든 의원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단정했다고 속기록에서 뺄 것을 요구하며 논란이 일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겉으론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인 논쟁에 대해 침묵을 지키거나 트럼프 대통령과 진보 여성 4인방을 싸잡아 비난하는 양비론을 취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고 지도부는 표 단속 나섰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은 인종차별적인 것이 아니다”라면서 “트위터 글에 대한 논쟁은 정치적인 문제”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하고 나섰다.

규탄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적 언행을 중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원 표결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의 트위터 글은 인종차별주의자의 것이 아니었다”면서 “내게는 인종차별주의적인 구석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의 결의안 추진을 “사기 게임”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공화당은 의원들은 약하게 보여서는 안 되며 그들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그는 집에 가야 한다”고 공격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공개적으로 인종차별주의적이고 분열적인 대통령”이라며 “역겹고 당혹스럽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앨 그린 하원의원은 규탄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탄핵안 추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주장이 민주당에서조차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상태라는 아니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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