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정두언 전 의원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뉴시스

고(故) 정두언(62) 전 새누리당 의원이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정 전 의원이 8년 전 작성한 가상 유언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2011년 종합문예지 ‘한국문인’의 ‘못다한 이야기 종이배에 싣고’ 코너에 자녀들에게 남기는 가상 유언장을 기고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서울 서대문구을 재선 의원이었다.

정 전 의원은 ‘○○, ○○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유서에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치 인생의 고달픔을 담았다.

정 전 의원은 “아빠가 이 세상에서 너희를 제일 사랑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마지막으로 꼭 해주고 싶었다. 너희가 있어 나는 늘 행복했고, 너희가 없었으면 내 인생은? 글쎄?”라며 자녀들에 대한 사랑을 전했다.

부모에 대한 후회도 남겼다. 정 전 의원은 “막상 눈을 감으려니 후회가 되는 일도 많구나. 솔직히 난 우리 부모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단다. 하늘나라에 가면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모님께 사과도 받고 사죄도 드리고 싶구나”라고 적었다.

인생에 대한 회한도 담겼다. 정 전 의원은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난 너무 완벽한 인생, 후회 없는 인생을 추구해왔다”며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일인 걸 알았지만 결코 포기가 안 되더구나. 그 덕분에 내 인생은 너무 고달팠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정두언 전 의원이 2011년 가상 유언장을 기고한 종합 문예지 '한국문인' 6·7호. 정두언 전 의원 블로그

또 정 전 의원은 “너희는 참 마음이 비단결같이 고운 사람들이다. 아빠도 원래는 그랬는데 정치라는 거칠디거친 직업 때문에 많이 상하고 나빠졌지”라며 정치인으로서의 고달픈 삶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이어 “너희도 가급적 정치는 안 했으면 좋겠다. 한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기가 참 힘들지. 늘 권력의 정상을 향해서 가야 하니까”라며 자녀들에게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유언장을 처음 쓸 때는 막연하고 막막했는데 이런 식으로 쓰다 보니 끝이 없을 것 같다”며 “속편을 더 쓰기 위해서는 며칠이라도 더 살아야겠구나”라고 글을 맺었다.

정 전 의원은 16일 오후 4시25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전 의원의 부인이 자택에 남겨진 유서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오전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점과 유족의 뜻을 존중했다”며 정 전 의원의 부검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의 빈소는 이날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 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9일 오전 9시다.

강문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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