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전진이 기자

수년간 교제하던 여성 30여명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해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약사 2세에게 1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18일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안은진 판사는 이모(34)씨의 성폭력특별법상 비동의 촬영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했다.

이씨는 자신의 주거지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 교제하던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모 제약회사 대표의 아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 판사는 “피해자와의 성관계 등 사적생활을 촬영해 피해가 상당하고 일부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범행수법이 계획적이고 상당기간에 달해 피해자가 매우 다수”라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 중 24명과는 합의하지 못해 엄벌에 처하는 것 불가피하나 6명과는 합의하고 1명은 수사기관에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했다”면서 “다만 이씨가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촬영 영상을 유포한 증거가 없다는 점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정에서 선고 결과를 들은 이씨는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이씨의 어머니는 재판이 끝난 후 눈물을 흘리고 주저앉는 등 망연자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고 증거품 몰수와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취업 제한, 신상정보 공개 등을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주거지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해 샤워 장면이나 성관계 장면을 수년간 촬영해왔다”면서 “다수의 피해자가 처벌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어 중형 필요성이 있다”고 구형 의견을 전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영상을 유출한 바 없고 유출할 생각도 없었다”면서 “피고인이 자라온 가정환경과 성격 등으로 인해 은둔형 외톨이로 성장했고, 왜곡된 성적 탐닉에 빠져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만큼 처벌보다 치료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최후 변론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범죄를 저질렀다. 지인들(피해자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죄하고 사회 봉사를 통해 타의 모범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씨의 범행은 전 여자친구인 A씨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드러났다.

A씨는 지난해 이씨가 전 여자친구들과의 성관계 영상을 보유한 사실을 눈치 챘고, 본인과의 성관계 장면도 촬영됐다는 것을 파악한 뒤 고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3월 고소장 접수 후 압수수색 등을 통해 이씨가 불법적으로 촬영한 성관계 영상 수백건을 확보했으며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만 총 34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이씨가 영상을 유포하거나 유통한 혐의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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