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성범죄를 신고한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김모(31·사진 왼쪽)씨가 1일 광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공모·방조한 혐의를 받는 친모 유모(39·오른쪽)씨는 전날 광주 동부경찰에 긴급체포됐다. 2019.05.01.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지난 4월 발생한 ‘의붓딸 살해사건’ 처리 과정을 조사한 결과 경찰의 신고자 보호기능에 공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의붓아버지의 성범죄를 경찰에 신고했다가 신고 18일 만에 의붓아버지에게 한 여중생이 살해 당한 사건이다. 인권위는 “아동의 심리상태, 피해의 재발 여부, 가해자의 위험성 등 안전을 살피는 노력이 거의 전무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인권위는 18일 여중생의 최초 신고를 받고 수사한 목포경찰서 담당 경찰, 지휘책임자에게 각각 경고조치, 사건 이송 지연과 피해자보호역할을 소홀히 한 광주지방경찰청 피해자보호관에게 주의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목포경찰서와 광주지방경찰 소속 직원들에게 향후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범죄피해자 조사과정과 피해자 보호 지원과 관련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27일 의붓아버지 김모(31)씨가 부인과 공모해 전남 무안군 한 초등학교 근처에 세운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의붓딸 A양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유기한 사건이다. A양은 광주 동구의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양은 의붓아버지에게 성범죄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18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씨는 A양이 자신을 성범죄 가해자로 신고한 사실에 대한 보복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인권위는 이번 직권조사에서 A양 신고 이후 사망까지 경찰서와 지방경찰청에서 A양이 의붓아버지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는 것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아동 대상 성범죄 특성을 고려해 A양의 심리상태, 피해의 재발 여부, 가해자의 위험성 등 안전을 살피는 노력을 해야 했음에도 이 같은 노력이 거의 전무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경찰은 A양이 신고했던 성범죄 수사 과정에서 절차위반, 업무소홀, 이송지연, 수사미진 등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목포경찰서는 지난 4월 9일 1차 조사에서 신뢰관계인이 없는 상태에서 A양을 계속 조사했다. 14일 조사에서는 A양이 신변보호를 신청했으나 담당 경찰은 신변보호 신청 사실 조차 모르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 또한 광주지방경찰청은 15일 목포경찰서가 이송한 사건을 8일이 지난 같은 달 23일 접수했고 이송사건 접수 후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29일 A양 사망 보도 후에야 신고 사건을 입건했으며 의붓아버지에 의한 아동학대가 과거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도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 학대 아동의 보호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 간 학대사례 정보공유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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