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불합리한 인사 조치를 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이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안 전 국장이 자신의 경력 보전을 위해 “서 검사의 평판에 치명타를 입히려 했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성복)는 18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국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안 전 국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안 전 국장은 2010년 10월 30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서 검사를 성추행한 뒤 2015년 8월 정기인사에서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검사는 이 인사 조치로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부치지청(지방검찰청 아래 부를 두는 지청)에서 경력검사로 근무한 경우 다음 인사에서 우대하는 검찰 인사제도와 모순되는 조치였다.

안 전 국장은 2심 공판 과정에서 “당시 만취 상태였고, 성추행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지난해 1월 언론보도를 접하기 전까지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에 대해 이뤄진 성추행 사실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 검사가 누군지 몰랐고 그렇기 때문에 인사 불이익을 줄 수도 없다. 부당한 인사 조치를 지시한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성추행 직후 2010년 12월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진상조사할 시점에 성추행 사실을 인식했다고 판단된다”며 안 전 국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당시 임은정 검사가 주변 검사, 기자, 변호사 등에게 피고인의 성추행 사실을 알렸는데도 서지현 검사가 언론에 공개하기 전까지 당사자인 본인만 몰랐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성추행 사건 당시 만취 상태였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상관인 법무부 장관을 수행해 저녁식사를 마친 뒤 장례식장에 가는 것이 예정된 상황에서 인사불성 상태가 될 정도로 만취했다는 점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 전 국장이 서 검사의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서 검사를 통영지청에 배치한 것은 검사 인사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며 “검찰 인사제도상 부치지청에 근무했던 경력 검사를 다시 부치지청으로 인사이동하는 것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 전 국장이 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당시 인사담당 실무를 맡았던 신모 검사의 진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검사는 검찰 조사에서는 안 전 국장의 지시 없이 독자 판단으로 서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발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심에 와서는 “안 전 국장에게서 지시를 받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인사담당자로서 첫 인사였고 이례적이고 가혹한 인사라 기억을 못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 실무담당자가 독자 마련했다는 최종안에 안 전 국장이 아무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믿기 어렵고, 실무자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신 검사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끝으로 “서 검사는 인사 불이익 외에도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은 적이 없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안의 본질과 무관하게 오해를 받는 등 명예가 실추됐다”며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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