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현재까지 33명의 사망자와 3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일본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화재를 둘러싼 괴소문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소문 대부분은 이번 참사를 일으킨 방화범이 한국 국적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최근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로 한·일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국인이 보복 감정을 갖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라이브도어 등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에는 화재가 발생한 18일부터 이 같은 주장이 담긴 글이 게시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경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 양국 갈등을 고려할 때 계획 범행일 수 있다”며 한국인의 범행을 의심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방화는 한국인의 습성” “방화는 한국인의 국기(國技)” “재일한국인이 웃고 있다”는 노골적인 ‘혐한’(嫌韓) 댓글을 남겼다.

또 “한국에서는 이번 사건 방화범을 ‘영웅’이라고 부른다”며 “아베 총리가 국가공안위원장에게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건 방화범이 한국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네티즌은 “한국과 이번 참사를 관련짓는 건 무슨 의도냐”며 “희생자를 애도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한국 네티즌도 SNS를 통해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잊었느냐”며 “과거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네티즌이 언급한 사건은 1923년 일본 관동 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 수습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조선인 관련 유언비어를 조장했던 일이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탔다’ ‘조선인이 방화를 저질렀다’ 등의 거짓말이 기정사실화됐고 조선인들의 대량 학살로 이어졌다.


앞서 이번 화재는 18일 오전 10시35분쯤 발생했다. 소방 당국이 약 5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았으나 현재까지 33명이 숨지고 36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상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스튜디오 안팎에는 직원 70여명이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방화범으로 추정되는 41세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그러나 체포 당시 발견한 신분증을 근거로 과거 사이타마시에 거주하던 사실만 알아냈을 뿐 국적과 현재 주소, 교토 애니메이션과의 관계 등은 밝히지 못했다.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소설을 훔쳤기 때문에 불을 질렀다”며 “휘발유를 뿌렸고 찻카만(점화용 라이터)을 사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의원 선거(21일)를 앞두고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트위터에 “다수의 사상자가 나온 만큼 너무 처참해 말을 잃었다”며 “부상 당한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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