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대피 중인 사람을 뒤따르던 차량이 치어 다치게 한 경우, 추돌 사고를 낸 당사자들도 공동으로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가 KB손해보험과 악사손해보험,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이 소송은 2006년 발생한 서해대교 대규모 연쇄 추돌 사고에서 비롯됐다. 당시 A씨는 연쇄 추돌 사고로 차량에 불이 붙자 급히 1차로로 빠져나왔다. 이 차로를 따라 자동차운송용 차량을 몰던 B씨는 A씨를 치었고, A씨는 오른쪽 다리가 절단되는 부상을 당했다. B씨의 보험회사인 화물차운송연합회는 A씨에게 1억9200만원을 배상한 뒤 앞서 연쇄 추돌한 다른 차량들의 보험사들을 상대로 공동으로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선행사고인 연쇄 추돌 사고와 (A·B씨 사이의) 후행 사고는 별개로 존재하는 사고로, 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공동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연쇄 추돌 사고 차량들의 배상책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연쇄 추돌 사고와 이로 인한 후행 사고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근접해 발생한 일련의 연쇄 추돌 사고의 일부이며 관련 공동성이 있다고 할 것”이라며 “연쇄 추돌 사고의 차량과 후행 사고 차량은 연대해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연쇄 추돌 사고의 차량들이 후행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후행 사고에 대해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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