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중재위원회'의 설치 시한(18일)까지 한국이 답변하지 않았다며 1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가운데)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인사하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19일 오전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한국 측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매우 무례하다”는 등의 언사를 사용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고노 외무상과 남 대사는 이날 오전 10시15분부터 25분간 대화를 나눴다.

일본 외무상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대상 판결을 논의할 중재위원회 구성에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은 데 대해 항의하고자 이날 오전 10시쯤 남 대사를 초치했다. 이 과정에서 고노 외무상은 남 대사의 말을 중간에 끊는 결례를 범하고, 대화가 끝난 직후 담화를 발표해 추가보복을 시사했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이 중재위 개최에 응하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근래 판결을 이유로 해서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뒤엎는 일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 정부에 이러한 상황을 보고하고 최대한 빨리 시정조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남 대사는 “우리 정부에 잘 전달하겠다”면서도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가 한일관계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남관표 대사가 준비한 메모를 확인하고 있다.

남 대사는 중재위 개최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현안이 되고 있는 사안이 민사 사안이라 개인 간의 의지에 의해 어떻게 타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양국 관계를 해치지 않고 소송이 종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구상을 제시했고, 이를 토대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양측이 함께 기대를 모아나가길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고노 외무상은 “잠깐 기다려주세요”라며 남 대사의 말을 끊고 “한국의 제안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사전에 모두발언을 한차례씩만 취재진에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고노 외무상은 약속을 어기며 “한국 측 제안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이전에 한국 측에 전달했다”며 “그걸 모르는 척하면서 제안하시는 건 극히 무례하다”고 거친 언사를 사용하며 면박을 주는 결례를 저질렀다.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대사(오른쪽)가 고노 외무상과 대화하고 있다. 양국 간 냉랭한 분위기가 감도는 모습이다.

대화를 마친 후 고노 외무상은 담화를 발표하며 “한국 측에 의해 야기된 엄중한 한일관계 현황을 감안해 한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추가보복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한국은 거듭되는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정부에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즉시 강구하도록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전과 같이 강력히 시정조치를 요구하며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대사를 초치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인 10월 30일과 11월 29일에 연달아 초치하고, 이번에 또다시 불러 항의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청구권협정)에 따라 모든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며 미쓰비시중공업에 판결을 이행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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