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경제전문가가 아베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전후 ‘절대 보복하지 않는 나라’라는 국제적인 신뢰를 쌓아온 일본이 특정 국가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국가적 방침을 전환하는 일대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또 이 같은 조치로 당장 큰돈을 벌지 못하게 된 일본의 재계가 왜 아무런 반론을 내지 않는지 의아하다고 적었다.


일본 잡지 ‘AERA’는 22일자 최신호에서 경제전문가인 야마구치 마사히로의 칼럼 ‘보복하지 않는 나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정책 전환, 더 논의해야 한다’를 게재했다.

야마구치는 일본은 전후 ‘보복하지 않는 나라’라는 국제적 신뢰를 쌓아온 나라였으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로 완전히 국가적 방침을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 전쟁을 일으킨 나라라는 반성에 따라 어떤 비난을 받아도 특정 국가에 제재를 가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 “중국이나 한국은 물론이고, 포경산업에 대한 국제적 비난을 받아도 일본은 불매운동 한 번 일으켜본 적이 없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이 국제적으로 일본이라는 브랜드를 키웠다고 했다. 야마구치는 “일본은 어떤 말을 들어도 가만히 버티는 나라였다”면서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도 있으나 국제경제 환경에서는 이런 일본의 특성이 널리 알려져 아랍 국가들이나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는 ‘안심하고 사귀어도 좋은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국제적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야마구치는 이를 두고 “이번에는 전후 처음으로 상대에게 주먹을 불끈 들이댔다”고 표현했다.

그는 더욱 놀라운 것은 일본 재계의 반응이라고 했다. 2018년 기준 한국은 일본에 한 해에만 무려 2조2421억엔 규모의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국가인데 일본 재계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대해 아무런 반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마구치는 “재계와 산업계에서 수출규제에 대한 반대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한국은 고마운 단골이라 반론이 나올 법한데 경제계는 계속 침묵하고 있다. 아베가 무서운가”라고 썼다.

야마구치는 끝으로 “수출규제 자체에 대한 찬반을 논의할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왜 이런 문제를 아무 논의도 없이 통과시키는 것인가. 또 상황이 이런데도 여론이 왜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지 위기를 느끼게 된다”고 우려했다.

야마구치 마사히로. toyokeizai 캡처

1960년생 도쿄 출신 야마구치는 명문 게이오대학을 졸업하고 모건스탠리 등 국제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면서 M&A 등에 관여해온 금융전문가다. 2006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때 세계금융의 위기와 미국 경제의 붕괴를 예언해 화제를 모았다. ‘구찌씨’라는 필명으로 블로그 등에 경제 금융 전반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2007년에는 블로거 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저서 ‘왜 일본 경제는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것인가’에서는 일본의 부품 수출이 멈추면 삼성은 스마트폰을 제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한국 경제는 일본에 종속돼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한일통화스와프 협상 등에서 일본이 한국을 지원해 한국경제가 국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한국 경제의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일본이 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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