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이 현남편 A씨와 19일 제주교도소에서 대질조사를 받았다. 지난 3월 2일 아이가 사망한 지 5개월 여 만이다.

A씨는 20일 제주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대질조사라면서 정작 고유정 얼굴도 제대로 못봤다”며 “칸막이를 치고 서로 대화도 나누지 못하게 했다. 고유정은 거의 입을 열지 않고 변호사한테만 속닥였다”고 말했다.

A씨 전언에 따르면 고유정 측과 A씨 측은 나란히 앉았고, 고유정과 그의 변호인이 앉은 의자 옆으로 커다란 칸막이가 설치됐다. A씨와 그의 변호인은 칸막이 반대편에 앉았다. 고유정의 변호인은 A씨가 고유정 쪽을 힐끗 쳐다보자 칸막이 위로 커다란 가방을 올려 고유정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도 했다. A씨는 “고유정을 그때 한 번 봤다”며 “마스크를 내리고 변호사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이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 한번을 제외하면 A씨는 이날 10시간의 대질조사 과정에서 고유정 얼굴을 전혀 보지 못했다. A씨가 화장실을 갈 때는 수사관이 고유정을 먼저 데리고 나간 뒤 A씨가 이동하도록 했다.

A씨의 변호인은 “지금까지 형사사건 대질조사 경험상 당사자 사이에 칸막이를 치는 것은 처음봤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기관의 대질조사 과정에 두 당사자 사이에 칸막이를 치거나 변호사가 통역해주듯이 개입하는 걸 본 적은 없다”며 “다만 피의자 측에서 진술 또는 대질 자체를 거부할 경우 경찰이 칸막이 방식으로라도 대질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경찰이 판단했을 수는 있다. 어쨌든 매우 이례적인 상황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칸막이 설치와 관련해 “고유정 측 요구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현장에는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수사관 7명이 참석했다. 대질조사는 수사관이 질문을 하면 양측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서로 질문을 하거나 대화를 주고 받으며 자유롭게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아니었다. 고유정은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질문을 받은 고유정은 자신의 변호사에게 작은 목소리로 한참을 속닥였고, 이를 변호사가 대신 답변하거나 변호사가 정리해 불러주는 내용을 고유정이 그대로 진술했다.

A씨는 “대질조사라고 해서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며 누가 거짓인가를 밝혀내는 조사인 줄 알았다. 이런 건 내가 생각했던 방식이 전혀 아니었다”며 “의문점을 해소하기보다 그저 쟁점과 관련한 상반된 진술을 듣는 수준에 그쳤다”고 답답해했다. A씨의 변호인 역시 “당사자가 직접 진술해야 대질조사의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변호사가 대신 답변하게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경찰이 이를 왜 제지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A씨 변호인은 또 “피의자가 경험한 사실을 여과 없이 진술하도록 해 조서에 기재하고 추후 모순점을 밝혀내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라며 “피의자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변호사가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내용을 정리해 진술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에 대해 항의했지만 고유정의 변호인은 ‘우리는 그쪽 진술에 대해 간섭하지 않으니 우리의 진술방법에 대해서도 문제 삼지 말라’고 일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관계자는 “현남편도 동석한 변호사의 조력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고유정이 기존 입장과 다른 진술을 내놓으면 경찰이 친절하게 모순점을 짚어주며 정정할 기회까지 줬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지금까지 고유정은 자신이 아이가 사망하기 전 날인 지난 3월 1일 A씨가 잠들기 전 차를 한 잔 건넨 사실을 인정했었다. 하지만 고유정은 이날 “차를 줬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수사관은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으며 다시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고유정이 진술을 번복하면 경찰이 바로 잡아줬다. 우리가 이를 저지하고 항의했다”며 “모순된 진술을 그대로 기록으로 남겨야하는 것 아닌가. 경찰은 오히려 고유정을 도와준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유정 측 주장에 대해 A씨 측이 “반박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고 항의하면 경찰은 “증거는 나중에 제출하라” “대질과 상관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이를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충북상당경찰서 형사과장과 A씨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경찰관계자는 “기억 환기용으로 기회를 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고유정 측 변호사는 A씨에게 “명예훼손 하지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씨 변호인은 “억울한 혐의를 벗기 위한 정당한 변호권 행사에 대해 명예훼손 운운하며 협박하는 것은 유감이고, 앞으로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사임한 줄로만 알았던 고유정 변호사 모두 남아있었다. 이날 참석한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라며 “전남편 살인사건에서 물러났을 뿐 우리 아이 사건은 그대로 맡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대질과정에서 주요하게 확인된 고유정과 A씨의 엇갈리는 진술을 A씨의 증언을 토대로 정리한 것이다. A씨와 A씨 측 변호인을 통해 고유정과 A씨가 경찰로부터 받은 질문과 양측 답변을 전달받았다.

1. 고유정은 정말 죽은 아이를 보지 못했나
사건 발생 전날인 지난 3월 1일 아이와 아빠는 한 방에 있었고, 고유정은 다른 방에서 잤다. 이튿날 10시10분쯤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대원이 출동했을 때 고유정은 화장을 마친 상태였다. 화장대로 가려면 아이가 숨져있던 방을 지나가야한다. 고유정은 “남편이 잠든 모습만 문 틈으로 봤다. 잘 자고 있는 것 같아 문을 닫아주고 왔다”며 “아이는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그 방은 무드등이 없어 문을 닫으면 너무 캄캄해 항상 문을 열어두는 방이었다. 고유정도 이걸 아는데 굳이 문을 닫을 이유가 없다”며 “더욱이 문을 닫아줄 정도로 가까이 왔었다면 아이의 피를 못 봤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침대에는 아이 얼굴 크기의 혈흔이 남았다. 고유정은 정말 숨진 아이를 못봤을까.

2. 아이가 죽은 날 새엄마는 항공권 예매
아이가 발견된 것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10분 무렵이다. 고유정은 이날 최소 2시간 전부터 깨어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유정 휴대폰 디지털포렌식 결과 이날 오전 7시9분 항공권을 예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유정은 “내 아이를 데리러 제주에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갑자기 이날 비행기 표를 끊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고유정이 자신의 범행을 위장하기 위한 행동이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현남편이 이에 대해 추궁하려고 하자 경찰이 “대질과 관련 없는 질문 하지 말라”며 제지해 더 묻지 못했다.

3. 집 비운 한 달 동안의 고유정 행적
고유정은 지난해 10월 18일부터 11월 14일까지 부부싸움 후 집을 나갔다. 이 시기 남편에게 한 말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고유정은 당시 A씨에게 “부산에 와있다” “병원에 입원해있다” 등의 말을 했다. 대질조사서 고유정이 이 무렵 제주도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 시기 남편이 아들 얼굴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설정해놓자 10월 23일 “나와 내 아이를 능멸했다”는 식의 분노 문자를 보냈고, 9일 뒤인 11월 1일 졸피뎀을 처방 받았다. 고유정은 왜 남편에게 이 시기 부산에 있었다는 거짓말을 했을까.

4. 현남편 아이만 미리 청주로 온 이유
지난 2월 28일 현남편의 아이와 고유정의 아이 둘 다 충북 청주로 오기로 했었다. 하지만 현남편의 아이만 예정된 날짜에 올라왔다. 고유정은 돌연 자신의 아들이 올라올 날짜를 미뤘다. 당시 고유정이 “아이가 어린이집 졸업식 연습을 해야한다”는 핑계를 댔었다는 게 현남편의 주장이다. 대질조사에서 현남편은 고유정 아들은 올해 졸업대상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고유정이 청주행을 미룬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 말을 들은 고유정은 이번에는 “부모님이 서운해할까봐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