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방송·통신 규제 권한을 둘러싸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이 신경전을 벌였다. 사의를 밝힌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규제 업무를 가져와야 한다”고 작심 발언하자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곧바로 “문제가 없다”며 맞받았다.

이 방통위원장은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개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방송·통신정책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모든 방송과 통신 규제 업무를 방통위가 관장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면서 방송·통신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일원화되지 않았다”며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업무가 두 부처로 나뉘며 퇴행한 것이 하루빨리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정책 및 규제 전반을 총괄해오던 방통위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통신 정책과 일부 유료방송 규제를 과기정통부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방송·통신 간 융합이 심화되면서 구분이 불명확해지는 흐름상 관련 업무를 일원화하는 것이 일관성, 종합성, 효율성 측면에서 옳다고 주장한 것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에 대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지금의 업무 분장은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 장관은 “어떤 것이 효율적이고 시너지가 나느냐의 측면이지 ‘문제가 있다, 없다’로 구분할 수 없다”며 “방통위는 합의제 위원회 성격으로, 산업을 진흥하는 것은 현재 체제에서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어려움이 있고, 산업의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어떤 것이 효율적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한 문제는 사전에 관련 부처들끼리 검토가 이뤄져야지 불쑥 나와서 될 일이 아니다. 부처를 책임지는 위원장으로서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논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두 부처는 앞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안건을 놓고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상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유료방송 감독 권한 등을 어디로 맡을지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두 수장의 신경전으로 규제 권한을 둘러싼 두 기관 간의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이날 사의를 밝힌 이 위원장은 새로운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직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17년 8월 제4기 방통위원장에 취임했으며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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