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네일에 있는 여우 탈을 쓴 남자의 이름은 찰스 포스터(57).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이다. 그는 동물의 삶이 궁금해서 단순히 탈만 쓴 게 아니라 진짜 여우처럼 시각 청각 후각을 두루 활용해 세계를 인식하려고 애썼다. 여우 뿐만 아니라 오소리 수달 사슴 칼새의 세계도 차례로 공략했다.


“사람이 과연 동물처럼 살 수 있을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이 남자의 골 때리는 ‘동물 체험기’를 들여다봤다.


이 괴짜 연구원은 2016년에 동물을 체험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Being a Beast(그럼, 동물이 되어보자)’라는 책을 냈다. 그는 책에 “별난 괴짜처럼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적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의 프로젝트는 괴상하기 그지없었다. 포스터는 영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실험에 나섰다. 하나의 동물을 타깃으로 정하면 약 6주 동안 이 동물처럼 살았다.


수달이 돼보기로 했을 땐 이슥한 밤마다 강에서 헤엄을 치며 물고기를 잡아먹었고, 사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사냥개한테 쫓기기도 했다. 칼새의 삶을 가늠하고자 아프리카까지 칼새의 이동 경로를 따라간 적도 있었다.


오소리가 됐을 땐 오소리처럼 언덕에 굴을 파고 그 안에서 살았다. 낮에는 오소리처럼 무념무상의 상태로 지냈다. 자고, 깨고, 기지개를 켜고, 똥을 싸고, 지렁이를 먹고, 자고, 깨고…. 잠깐, 지렁이를 먹었다고? 지렁이를 입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그는 입안에 들어간 지렁이는 목구멍을 향하지 않고 치아 사이 틈새를 찾아다닌다고 했다. 지렁이를 잘근잘근 씹는다 할지라도 지렁이는 격하게 몸을 움직이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이듯 입안에서 널브러지고 만다.


오소리의 풍경은 후각으로 구성되니 이 연구원도 킁킁대면서 야생을 돌아다니곤 했다. 이렇게 살면서 그는 ‘냄새로 이루어진 풍경’이 어떤 것인지 희미하게 자각했다고 한다.

연구원의 동물 체험은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수준이 아니다. 자연보다 더 단조롭고 무색무취한 현대문명의 실체를 짚기도 했다.


‘여우 체험’이 대표적이다. 그는 여우 체험을 하면서 자연이 아닌 도시를 배회하며 음식쓰레기를 뒤졌다. 영국의 여우가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쓰레기 봉지를 뒤지며 확인한 건 현대인의 획일성이었다. 도시인들은 구입한 음식의 3분의 1을 버리고 있었으며, 모두가 거의 동일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도로에서 주택가를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명멸하는 빛을 보니 73가구 가운데 무려 64가구가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 중이었다. 이 연구원은 “여우는 다른 여우와 같은 것을 보는 법이 없다”면서 “여우에 비해 인간은 워낙 둔하고 무관심해서 인간이 보는 세상은 밋밋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괴짜 연구원은 동물이 돼보는 프로젝트를 통해 “아주 서서히 동물의 말 몇 마디를 알아듣게 되었고, 내가 하는 말도 동물에게 들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책에 썼다. 믿을 수 없는 주장이지만 반박하긴 힘들 것 같다. 왜냐면, 이런 골 때리는 체험을 해 본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 영상으로 보기!

뉴스 소비자를 넘어 제작자로
의뢰하세요 취재합니다
유튜브에서 ‘취재대행소 왱’을 검색하세요


이사야 기자, 제작=홍성철 Isaiah@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