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정년퇴직일을 넘겨 공무를 하다 사망한 경우 공무원연금법상 유족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초등학교 교장 A씨는 지난해 2월 26~28일 3일간 배구부 소속 12명의 학생들과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는 교육공무원법상 퇴직일자인 28일 0시를 기점으로 정년퇴직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배구부 감독과 남교사 2명이 인사발령 등 사유로 전지훈련에 불참하면서 퇴직 시점을 넘긴 28일 오후까지 직접 학생 인솔을 맡기로 했다.

사고는 전지훈련 마지막 날인 28일 학교로 복귀하던 중 일어났다. A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 학생, 코치와 별도로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학교로 출발했다. 1시간30분쯤 뒤 그는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마주 오던 화물차과 충돌한 끝에 화재로 인한 질식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A씨 유족은 지난해 4월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유족보상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는 사고 시점에 공무원이 아닌 상태였다”며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 역시 유족의 요청을 거절했다. 유족 측은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유족 측은 “퇴직 이후 공무수행 중 사망한 경우 퇴직일만을 고려해 공무원 신분을 불인정하는 것은 형식 논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경우 퇴직일 이후 근로를 제공하면 근로자성이 인정되는데 공무원만 다르게 대우하는 건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항변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A씨 유족이 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고인이 퇴직이 임박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공무를 수행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공무원 신분이 법으로 정해진 상황에서 일부 특별한 경우를 예외로 인정하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 주장대로라면 정년 이후 언제까지 연장이 가능한가라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고인의 안타까운 사정보다는 직업공무원 제도 및 근무조건 법정주의를 유지할 공익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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