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대신 LED 조명, 강 대신 수영장, 사막 대신 모래밭. 사방이 꽈악 막힌 동물원이 서울 한복판에 생겼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등장한 실내동물원 ‘주렁주렁’. 여기엔 각기 다른 기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 그러니까 열대해안지방에 사는 홍학, 건조한 모래사막에 사는 사막여우, 열대우림에 사는 토코투칸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다. 동물원 측은 동물들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맞춤형 시설을 갖췄다고 하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 동물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야생동물이 햇빛 한 줌 안 들어오는 실내에서 살아가는 게 가능은 한 걸까?


동물학대 논란에 대해 해당 동물원에서는 입장 전 충분한 교육을 하고 있고, 동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동물원에 직접 찾아가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동물원 측의 주장과 달리 실제 현장에는 아이를 데리고 온 관람객들이 북적북적했고 동물들은 그 사이에서 겁에 질려있었다. 사막여우는 굉장히 예민한 동물인데 끊이지 않는 소음과 관람객들의 시선에 불안해했으며 몸을 숨길 곳이 없어 구석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가장 경악스러웠던 것은 수달이다. 수달은 유리벽 안에서 생활했는데, 이 유리벽에 구멍을 뚫어 관람객들이 손을 넣어 수달을 만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사전에 교육받은 내용을 금세 잊고 동물을 만난 기쁜 마음에 소리를 지르고, 만지면 안 되는 동물을 만지고, 마구 뛰어가 동물을 놀라게 했다. 아이의 부모는 체험형 동물원을 ‘동물이 있는 놀이터’ 쯤으로 인식해 아이들을 꾸짖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체험형 동물원 안에 있는 동물들은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장난감’이었다.


사실 ‘동물원=동물학대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어제오늘 나온 얘기는 아니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인간의 욕심으로 우리에 가둬 ‘전시’하는 형태인데다 관람객의 접근, 소음 등이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동물원도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곳인데 여기에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동물을 보고 싶고’,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인간의 이기심이 ‘체험형 실내 동물원’을 탄생시킨 것이다. 동물원 동물들이 관람객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던 최소한의 울타리마저 무너졌고, 동물들의 숨통은 더 강하게 조여졌다.


동물이 사방이 막힌 곳에 갇혀 지내게 된 것은 사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고양이카페, 애견카페 라쿤카페 등은 좁은 공간에 동물을 풀어놓고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영업하는 곳들이다. 여기에 동물을 여러종류로 늘리고, 규모를 좀 더 키운 곳이 지금의 실내 체험형 동물원이다. 애완동물 카페의 경우 일반적으로 동물 한 종만을 취급하고 개체 수가 동물원에 비해 훨씬 적은데다 대부분 야생동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하물며 많은 종과 많은 개체수를 관리하는 체험형 동물원은 어떨까?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그들과 교감할 줄도 모르는 인간들이 급기야 실내 체험형 동물원이란 것까지 만들어 동물의 삶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교감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자발적으로 다가갈 때 성립되는 것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동물을 가둬두고 ‘귀엽다, 귀엽다’하는 건 교감도 아니고 동물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동물들이 대체 어떤 죄를 지었길래 평생 좁은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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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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