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일본의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결정과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더욱 고조됐다. 8월 인하설과 함께 연내 2차례 추가 인하 및 인하폭 확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기준금리 두 번 이상 더 내릴까

4일 금융권에서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3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0.25% 포인트 추가 인하를 단행한 뒤 10월이나 11월 한 차례 더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금통위는 지난달 18일 회의를 거쳐 기준금리를 종전 1.75%에서 1.50%로 0.25% 포인트 낮췄다. 2015년 6월(1.75→1.50%) 이후 3년 1개월 만의 인하 결정이었다.


연말까지 남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이달 30일, 10월 17일, 11월 29일 등 3차례다. 금리를 최대 세 번까지 더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통위가 연말까지 2차례 추가 인하에 나선다면 올해 기준금리는 현재보다 0.50% 포인트 낮은 1.00%로 해를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통화 당국은 통상 한 차례 정책금리 조정폭을 0.25%로 제한하는 미국식을 따른다.

한국이 금리 조정 방식인 현행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한 1999년부터 지금까지 정책금리를 2개월 이상 연속으로 낮춘 경우는 드물다. 금융위기 대응 시기였던 2008년 10월~2009년 2월(5.25→2.00% 5개월간 6차례 인하)을 제외하면 2001년 7~9월(5.00→4.00% 3개월 연속 인하)이 유일하다. 당시 당국은 정책금리였던 콜금리를 매달 0.25~0.50% 포인트씩 3개월간 1.00% 포인트 내렸다.

18년 전 정책금리 연속 인하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시장은 금리 인하를 원하면서도 당국이 2, 3개월 연속 콜금리를 내리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금통위의 이례적 결정 이유는 ‘경기 부양’이었다. 지난달 18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발표하면서 밝힌 이유와 같다.

통화 당국이 과감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연내 2차례 이상 추가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이달 28일쯤 실행에 옮겨질 예정이다. 금통위는 한국 경제가 받게 될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말 선제적 인하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30일 금통위 회의에서 추가 0.25% 포인트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경기흐름에 따라 추가 금리인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8년 전과 닮은 2019년 하반기 한국경제

지금 한국경제 상황에 대한 통화 당국의 인식은 2001년 하반기와 닮은 데가 많다. 한은은 2001년 6월 하순 하반기 경제전망을 내놓으며 그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2000년 말 5.3%)보다 1.5% 포인트 낮춘 3.8%로 발표했다. 국내 기관 중 가장 낮은 전망치였다.

게다가 한은은 실물경기 동향으로 볼 때 그마저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2001년 3분기 한국 경제는 수출 부진과 교역조건 악화로 고전하고 있었다. 7월 수출 실적이 1년 전보다 20% 감소한 데 이어 8월 들어서는 30% 넘게 감소했다. 한은은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지난달 한은은 올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크게 낮췄다. 같은 시기 정부가 발표한 하향 조정치 2.4~2.5%보다 0.2~0.3% 포인트 낮다.


이번에도 한은은 자신들이 내놓은 2.2%라는 수치를 멀게만 느끼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연말까지 2.2% 성장률을 내려면 3, 4분기에 각각 0.8~0.9%씩 성장률을 내줘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달 이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또 한 번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 역시 재개가 결정된 상태에서 향방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발표하며 “일본의 수출 규제가 (현실화하면) 우리에게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은이 취할 만한 노력이 있다면 철저히 대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통화 당국이 경기 급락 방어나 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실효적 조치는 정책금리 인하가 거의 유일하다.

한 번에 0.50% 포인트 이상 인하?

금통위가 통화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폭을 확대하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보통 정책금리 조정폭은 0.25% 포인트지만 비상한 시기에는 0.50% 포인트 이상 조정하기도 한다. 콜금리 인하 석 달째였던 2001년 9월의 인하폭은 0.50% 포인트였다. 금융위기 여파 방어가 시급했던 2008년 하반기에는 최대 1.00% 포인트(12월 11일)까지 내렸다.

지금처럼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시기에 시장은 금리 인하를 예상하게 된다. 이 경우 당국이 실제 정책금리를 내리더라도 영향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 효과를 높이는 전략은 금리를 선제적으로 조정하거나 조정폭을 예상보다 높이는 것이다. 한은이 당초 예상됐던 8월보다 이른 7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도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때문에 한은이 연내 2차례 이상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0.50% 포인트 전격 인하’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번을 내리더라도 크게 내리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대외환경과 기존 사례를 볼 때 한꺼번에 0.50% 포인트 이상 내릴 만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통위가 0.50% 포인트 인하를 단행한 2001년 9월은 ‘9·11 테러’라는 대형 사건이 있었다. 한국이 콜금리를 결정하기 전 미국이 먼저 정책금리를 0.50% 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유럽과 일본, 홍콩, 대만, 뉴질랜드 등 11개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금리 인하에 나선 상황이었다.

미국 금리와의 역전폭 확대도 부담이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정책금리를 2.00~2.25%로 0.25% 포인트 낮추면서 한은 기준금리와의 차이는 -1.00% 포인트에서 -0.75% 포인트로 다시 좁혀졌다. 시장 규모가 큰 나라보다 금리가 낮으면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당장 역전폭이 좁혀지기는 했지만 미 통화 당국이 ‘공격적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한국도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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