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가 여성의 신체를 본떠 만든 남성용 성인용품인 ‘리얼돌’의 수입과 판매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서 부대표는 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리얼돌 판매, 사용과 같이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은 여성의 존엄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서 부대표는 “리얼돌은 단순히 여성을 재현해서 만든 것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는 존재가 남성의 성욕을 풀기 위한 존재로 치환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여성들에게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여성에 대한 인격권 침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서 부대표는 “요즘에는 SNS상에서 리얼돌이 ‘강간 인형’이라는 이름으로도 논의되고 있다”며 “촉감, 외형을 사람과 똑같이 만들고 동의 여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방적인 성행위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서 부대표는 리얼돌이 오히려 성욕 해소의 도구가 될 수 있으니 성범죄를 막는 수단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 부대표는 “그런 논리는 성매매 공창제나 성매매 합법화를 찬성하는 논리와 굉장히 유사하다. 남성의 성욕은 분출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성욕을 해소할 어떤 방법이 있다면 성폭력이나 성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라며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성매매를 합법화한 지역의 성폭력이 증가한다는 전혀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다. 여성을 거래 대상으로 보고 인격화하지 않고 폭력과 혐오에 둔감해지게 하는 조치가 이뤄졌을 때는 오히려 성폭력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리얼돌 합법화도 같은 맥락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서 부대표는 리얼돌이 실제 존재하는 인물의 특징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 국민청원의 불을 지폈다고도 말했다. 서 부대표는 “여성들은 자신이 강간이나 성추행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같은 위치에 점과 상처까지 재현한 인형이 자위기구로 사용되는 게 합법이라는 것이 불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부대표는 이어 “남성의 시선으로 분절되었다가 다시 조립되거나 혹은 과도하게 성적 이미지가 투영된 방식으로 제작되는 리얼돌은 생산·유통·수입을 모두 금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이 리얼돌을 합법화하는 결정을 내리자 지난달 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리얼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떠 만든 마네킹과 비슷한 성인기구”라며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져 주나”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7일 오전 10시30분 기준 동의자 26만명을 넘어섰다.

강태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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